[최현길 사커에세이] 중국보다 관심 적은 AFC챔스리그…부끄러운 자화상

입력 2013-05-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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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녀석 참 고약하다. 땅에서 솟았나, 하늘에서 떨어졌나, 왜 이리 비싸게 구는 걸까. 찾으면 숨고, 다가가면 멀어진다. 띄엄띄엄하더니 언제부턴가 모습보기 어려워졌다.

사랑타령? 아니 중계타령이다.

축구 중계방송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상파 방송은 언감생심이고,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에서도 존재를 찾기 힘든 지 오래다.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별무소득이다. 인기도나 마케팅 측면 때문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해도 너무하다. 축구팬이라면 갑갑증을 느낄만하다. 축구 담당 데스크(기자들에게 취재 방향을 지시하고, 원고를 체크해 출고하는 직책) 입장도 마찬가지다. 현장기자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 신문을 만들고 있지만 데스크도 경기를 보면서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은데, 기회조자 주어지지 않는다.

경기 날엔 인터넷 사이트 뒤지는 게 다반사다.

중계를 통해 감응 받은 팬들은 현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이를 통해 관중 증가가 이뤄진다. 그라운드의 선수들도 뛸 맛이 난다. 경기장에서 본 장면을 기사를 통해 확인해보려는 심리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게 선순환이다.

종목 노출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K리그 중계가 적다보니 주로 새벽에 중계하는 해외축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이 방송 중계에서 찬밥 신세인 가운데 16강전이 진행 중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마찬가지다. 가물에 콩 나듯한 중계 때문에 짜증이 난다.

AFC챔스리그는 아시아 정상을 가리는 국가별 클럽대항전이어서 K리그 보다 격이 높다. 각 리그의 상위팀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경기력은 한 수 위다. 상금 규모도 크다. K리그 클래식 우승상금이 5억원인데 비해 챔스리그는 150만 달러(약 17억원)다. 경기 때마다 수당이 지급되고, 원정지원금도 준다. 우승팀은 출전만 해도 엄청난 액수를 거머쥐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도 출전할 수 있다.

기업이나 연고 도시의 홍보 효과도 엄청나다.

K리그는 챔스리그와 인연이 깊다. 현재의 32개 팀이 출전하는 체제로 바뀐 2009년 이후 K리그는 4년 연속 결승 진출팀을 배출했다. 그 중 포항(2009년) 성남(2010년) 울산(2012년) 등이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 무대에서 K리그의 위상을 확인한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K리그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국내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다. 최고 클럽들이 펼치는 경연장은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이번 시즌 UEFA챔스리그 16강부터 4강까지 28경기가 열렸는데 평균관중은 6만492명이다. 숫자만 봐도 부럽다.

AFC챔스리그의 관중수는 어느 정도일까. AFC 자료에 따르면 최다 관중을 기록한 곳은 중국이다. 이번 시즌 중국에서 벌어진 조별예선 12경기의 평균 관중은 3만4156명. 평균 관중 3만 명을 넘는 유일한 국가다. 이란(2만9806명) 태국(1만4244명) 일본(1만1065명) 우즈베키스탄(8071명)이 뒤를 이었고, 한국은 7145명에 머물렀다. 지난해 4655명보다 증가된 수치이지만 중하위권이다. 많은 우승으로 아시아 정상을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보다 관중수가 한참 뒤진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AFC챔스리그 16강 2차전이 21,22일 열린다. FC서울과 전북 현대가 출전해 각각 베이징 궈안(중국)과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상대한다. 서울은 1차전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겼고, 전북은 홈에서 0-2로 졌다. 비상이 걸렸다. 잘못하다간 처음으로 8강 진출 팀도 배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다.

성적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아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팬들의 성원도 뒷받침되어야한다. 선수와 팬이 함께 만들어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 성적은 좋은 데 관중수가 적은 K리그의 약점을 이번에는 고쳐보자. 흥미와 감동을 곁들인 경기를 보여준다면 축구팬들 입장에선 고약한 중계방송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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