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기자의 여기는 베이루트] 최강희 감독은 인라인과 밀당중

입력 2013-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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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발탁 김남일 전술의 중심축
손흥민에겐 아들같은 관심·조언
정회장과는 밀고당기는 정석 보여

국가대표팀 최강희 감독 주위엔 사람이 많다. 푸근한 아저씨 같은 인상에 적시적소에 내뿜는 탁월한 위트는 압권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전북 현대 감독을 맡으면서 ‘재활공장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극도의 부진에 빠졌던 이동국(34)과 김상식(37)을 제2의 전성기로 끌어올렸다. 꾸준히 믿고 맡긴 결과물이다. 하지만 최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사소한 오해가 벌어졌다. ‘인맥축구’에 비판이 그것이다. 인맥이 좁으면 문제다. 회전문 인사도 그래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열려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2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단 김남일(36·인천)이 좋은 사례다. 최 감독의 새 인맥을 살펴본다.


● 김남일, ‘대표팀 전술의 키 플레이어’

최 감독과 김남일의 인연은 하등 보잘 것 없었다. 최 감독이 2003년 움베르토 코엘류(포르투갈) 감독 밑에서 코치를 하면서 만났다. 짧은 만남이었고, 이후 각자의 길을 걸었다. 10년 만에 인연이 꽃피었다.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을 앞두고 마지막 3연전에서 김남일을 뽑았다. 최 감독은 “경기력만 놓고 선발했다”고 말했다. 경기를 읽는 눈과 탁월한 위치 선정, 뛰어난 침투패스가 무르익었다고 봤다. 김남일도 “다시 대표팀에 승선할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고 감격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3일(한국시간) 공식기자회견에서 김남일을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미드필드에서 경기 조율하고 밸런스를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 외적 분위기도 좋아졌다. 미드필더 박종우는 “훈련장 안팎에서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대단하다”고 전했다. 솔선수범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자극이 되고 있다.

재밌는 사실 하나. ‘상남자’ 김남일도 알고 보니 수줍음이 많다? 최 감독은 “(김)남일이 아저씨가 (이)동국이 곁만 맴돌고 있다”고 폭로(?)했다. 김남일도 말했다. “15살 차이가 나는 (손)흥민이와 아직도 눈 맞추기 어렵다.”


● 손흥민, ‘막내자식 같은 마음’

최 감독의 레이더는 손흥민을 향해 뻗쳐있다. 소집부터 해산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는 “(손)흥민이가 항상 (김)신욱이만 졸졸 따라 다니더라. 패스가 좋다느니 안 좋다느니 골을 왜 못 넣었느냐고 티격태격 한다”고 아빠 웃음을 지어보였다. 최 감독은 작년 5월 최종예선 카타르, 레바논과 1∼2차전을 앞두고 손흥민을 소집했다. 첫 만남이었다. 그러나 낯설진 않았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과 울산현대 시절 2년간 함께 생활했다. 당시 만삭이었던 그의 아내를 만나기도 했다. 뱃속 아이가 바로 손흥민이다. 일찌감치 분데스리가로 건너가 재능을 만개했다. 대표팀에 불러 그의 재능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폭발적인 스피드, 탁월한 개인기와 침투능력, 강력한 슈팅까지 많은 재능을 가졌다. 그러나 보완할 부분도 없지 않았다. 최 감독은 “원 포인트 릴리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능이 필요하다. 밀집 수비를 깨는 능력과 일정 수준의 꾸준한 경기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감독은 손흥민을 싫어하지 않는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 관심과 조언은 사랑의 표현이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밀당’하는 사이

최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안면이 있다. 정 회장이 프로연맹 총재 시절 전북 사령탑으로 몇 차례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1월 협회장이 되면서 둘의 인연은 조금 더 각별해졌다. 정 회장은 3월 말 U리그 개막전에 참가해 최 감독의 연임을 희망했다. 3월26일 카타르전에서 승리한 직후였다. 사실 정 회장의 구애는 처음이 아니다. 진작부터 시작됐다. 대표팀 소집을 앞둔 3월 어느 날, 저녁식사에 초대하며 정성을 들였다. 이 자리에서 정중하게 연임을 부탁했지만 최 감독은 확고했다. 남은 홈 2연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에 설욕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친정’인 전북으로 복귀한다. 전북도 빠른 행보에 들어갔다. 26일 수원 원정을 복귀전으로 잡았다. 30일 홈에서 화려한 복귀전을 열 예정이다. 정 회장은 잡으려고 한다. 그러나 최 감독은 떠난다. ‘밀고 당기는’ 연애의 정석 같다.

베이루트(레바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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