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라운딩으로 머리맞댄 K리그 감독들

입력 2013-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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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와 프로배구는 시즌 후 우승 사령탑이 다른 감독들을 초청해 골프 라운딩을 한다. 프로축구는 이런 문화가 없었다. 다른 종목에 비해 팀 숫자가 많아서인지, 감독들이 특별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다들 바빠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작년 K리그 우승 팀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스타트를 끊었다. 개인사정으로 빠진 4명을 제외한 9명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감독들이 3일 인천에 모여 간담회를 가진 뒤 골프를 쳤다. 최 감독이 일일이 연락을 돌렸고, 라운딩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사실 어떤 운동을 했고 누가 비용을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감독들이 시간을 쪼개 자발적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을 주목할만 하다.

K리그는 위기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일이지만 감독들이 뒷짐 지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프로축구에서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콘텐츠는 경기 그 자체인데, 그라운드에서 전권을 갖고 있는 이들이 바로 감독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협회와 연맹이 “팬들을 위해 좀 더 공격적인 축구를 하자”고 백번 외친다 한들 감독들이 잠그는 전술을 구사하면 도루묵이다. 감독들이 프로축구발전을 위해 어떤 생각과 비전이 있는지 또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졌는지가 그래서 중요하다.

3일 모임을 통해 그럴듯한 결론이 단숨에 나왔을 리는 없다. 하지만 탁 트인 필드에서 채를 휘두르고 걷고 ‘나이스 샷’을 외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전적인 말이 오가지 않았을까. 감독들이 모임의 필요성을 느꼈고, 시작했다는 게 반갑다. 앞으로 1년에 한 번씩 정례화 할 계획이라는데 기대가 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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