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감독이 사업설명회 한다?

입력 2013-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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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감독의 고전적인 역할은 위탁받은 경주마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마방을 관리하고 훈련을 지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레이스 작전 수립뿐만 아니라 경주마 확보를 위한 마케팅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서울경마공원 달라진 풍경


마방개업 감독들 경주마 확보 일환
이력·운영철학 등 마주대상 마케팅


“경마 감독이라면 이젠 마케팅 감각은 기본!”

8일과 9일 서울경마공원 마주협회 소회의실에서는 경마공원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졌다. 예비 경마감독 7명이 마주들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한 것. 이날 예비 경마감독들은 사업 계획서가 담긴 인쇄물을 나눠준 뒤 프로젝터로 자신들의 이력과 마방 운영 철학을 설명했다.

경마감독들이 마주들을 대상으로 공개 사업설명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마사회는 개업을 희망하는 예비 감독에게 경주마 조기 확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사업설명회는 그런 지원책의 하나이다. 경마 감독들의 ‘경주마 확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설명회를 마련한 것이다.

마주로부터 경주마를 위탁받아 마방 경영을 총괄하는 경마감독에게 ‘경주마 확보 능력’은 사업가로 따지면 마케팅 능력에 해당한다. 마사회가 경마감독의 마케팅 능력 강화에 나선 것은 비효율적인 마방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예비 경마감독이 마주를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경주마 확보능력 강화…마방운영 합리화 효과

마사회는 지금까지 경마감독이 개업을 하면 일괄적으로 18개 마방을 대부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경주마 수급 차질과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마사회는 최근 경마감독 선발 기준을 대폭 개정했다.

기존에 50%이던 주관적 평가 항목(자질·장래성 등)을 20%로 축소하고 증빙자료가 필요한 경주마 확보능력 등의 객관적 평가항목을 80%로 확대했다.

마방 대부 기준도 일괄 방식에서 신청제로 바꿨다. 감독이 경주마를 먼저 확보한 후 마방을 신청해야 승인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일괄방식에서는 경주마도 없이 개업하는 감독이 41%나 달해 마방을 오랫동안 공실로 운영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개업 신청 때 제시한 위탁관리 경주마 수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엔 제재를 한다. 대신 우수한 마방 운영 실적(입사율 90%이상·출주율과 성적 평균 이상)을 기록한 2년차 감독에게는 마사 대부를 상향(22칸 대부→24칸 대부)하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한국마사회 경주로자원관리팀 추만호 차장은 “훌륭한 감독 아래서 우수한 말이 조련된다”며 “경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감독들의 실무 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적 마방운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감독 선발 및 마사 대부 기준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경마 감독들의 ‘마케팅 능력’이 중시되면서 앞으로 많은 경주마를 확보하기 위한 위탁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규 개업 감독들의 마방 대부는 6월 하순에 열리는 ‘마사대부심사위원회’에서 확정된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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