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ML 첫 해부터 박찬호 넘는다

입력 2013-07-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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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스포츠동아DB

■ 2점대 방어율 의미는?

10승보다 어려운 정상급 투수 척도
두자리 승수와 함께 올해 목표 설정


현재 2.82로 한국인 첫 달성 청신호

LA 다저스 류현진(26)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번째 주인공이다. 그러나 박찬호(40·은퇴)가 17시즌(1994∼2010년) 동안 남긴 기록들이 많아 한국인으로서 처음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며 “첫 해 두 자릿수 승리와 2점대 방어율을 달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찬호가 6차례 달성한 두 자릿수 승리는 풀타임으로 선발을 맡아야 가능한 기록이다. 그리고 2점대 방어율은 시즌 10승보다 더 어려운, 정상급 투수만이 넘볼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1994년부터 시작된 한국투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 역사상 아직 그 누구도 규정이닝 이상을 던져 2점대 방어율을 달성하지 못했다. 전혀 새로운 영역에 다가가고 있는 류현진이다.

방어율은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승·패와 달리 여전히 투수의 순수한 능력을 재는 첫 번째 잣대로 굳건히 활용되고 있다. 물론 방어율도 야수의 수비력, 구원투수의 능력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타선이 든든히 지원해줘도, 아니면 스스로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도 9회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승리와는 다르다.

그만큼 방어율은 곧 투수 각자의 자존심으로 인식된다. 풀타임 선발투수가 2점대 방어율을 달성할 경우 아메리칸리그에선 특급, 내셔널리그에선 정상급 투수로 평가되는 이유다.


류현진은 6일(한국시간) AT&T파크에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동안 4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7승(3패)에 성공했다. 방어율도 2.83에서 2.82로 조금 더 낮아졌다. 남아있는 선발 등판 기회는 15경기 안팎이다. 지금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로 시즌 13∼14승을 올리면서 2점대 방어율 사수가 가능하다.

메이저리그에서 124승(98패)을 올린 박찬호는 2000시즌 기록한 3.27이 개인 최저 방어율이다. 동양인으로는 노모 히데오가 다저스 소속이던 1995년 데뷔 첫해(13승6패)에 방어율 2.54를 남겼다. 마쓰자카 다이스케(클리블랜드)는 2008년 보스턴에서 투수에게는 불리한 아메리칸리그(동부지구) 소속으로 2.90(18승3패)의 놀라운 방어율을 올리기도 했다. 김병현(넥센)이 애리조나에서 뛰던 2001∼2002년 연속으로 2점대 방어율을 찍었지만, 이는 100이닝 이하 투구, 즉 마무리로 남긴 성적이었다. 서재응(KIA)도 2005년 뉴욕 메츠에서 2.59(8승2패)의 뛰어난 방어율을 기록했지만, 규정이닝에 못 미치는 90.1이닝을 던져 작성한 것이었다.

류현진은 6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주자가 없을 때도 셋포지션에서 투구하듯 슬라이드스텝으로 공을 던졌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의 입장에선 공이 날아오는 시간이 더 짧게 느껴질 법했다. 이처럼 상대에 따라 끝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류현진이기에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의 2점대 방어율에 대한 전망도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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