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이기도 사무총장 “간소화면허=인명경시…운전 교육시간 늘려라”

입력 2013-07-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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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장애인협회 이기도 사무총장은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 교통사고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충분한 운전교육과 철저한 평가에 의한 면허발급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형모 기자

4. 철저한 교육과 평가로 사고 예방

■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이기도

초보운전자에 의한 사망자수 큰 폭 증가
도로주행 노선 확대 등 면허시험 손봐야
시뮬레이터? 도로를 오락장으로 만들어

교통장애인 160만 명…교통안전 후진국
졸음·음주운전·운전 중 DMB 시청 추방

“우리나라 운전면허 의무교육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시험은 변별력이 없다.”

(사)한국교통장애인협회 이기도(58) 사무총장의 말은 단호했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는 1990년에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의 장애인 단체이다. 전국 14개 시·도 협회와 81개 시·군·구에 지회를 두고 있으며 교통사고 예방과 교통장애인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총장은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늘어나고 있다며 운전자와 보행자의 교통질서의식 결여, 정부의 효과적인 교통정책 부재, 인사사고 운전자 처벌에 대한 관대, 음주운전, 운전 중 DMB 시청과 함께 운전면허 교육체계의 간소화를 교통사고 증가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의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사무실에서 이 총장을 만나 현행 운전면허 교육 및 시험제도에 대한 생각과 협회의 주요 사업에 대해 들어 보았다.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 현대사회에서 자동차가 사회·경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교통사고 피해도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할 정도로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교통사고로 후유장애인이 된 사람이 42만명, 현재 교통장애인의 전체 통계는 약 160만명을 넘기고 있다.”


-해외의 경우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고, 세계 5위의 자동차생산국이지만 매년 약 5300여 명의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차량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6명에 달한다. 이는 OECD국가 평균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준으로 이른바 ‘교통안전 후진국’이다.”


-교통사고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운전면허 교육시간과 시험제도를 꼽았는데.

“우리 협회는 지난 2011년 정부가 운전면허시험제도를 간소화할 당시 국회의사당 앞과 보신각에서 집회를 열고 간소화에 의한 면허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살인면허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중 최악의 교통지표를 갖고 있음에도 운전 교육시간은 OECD국 평균인 50시간의 4분의 1에 불과한 13시간뿐이다. 장내기능의무교육은 2시간으로 평가 항목은 정차상태에서 기어변속, 전조등·방향지시등 켜기, 앞 유리창 닦기 여부와 50m를 주행하며 안전벨트 착용, 차로준수, 돌발상황에서의 급정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이다.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수립되어야 하는 운전면허 관련 기준이 운전면허 취득비용을 줄이자는 명분으로 교육시간을 80%나 축소하고, 장내기능평가항목을 11가지에서 3가지로 축소한 것은 인명경시풍조라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운전면허 교육 및 시험제도 간소화가 실제로 교통사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

“과거 10년간 점진적으로 감소되어 오던 교통지표가 운전교육시간이 대폭 축소되고 시험이 쉬워진 후 2012년에 악화로 반전됐다. 특히 전체 운전자들이 유발한 사고의 사망자수 증가분보다 초보운전자에 의한 사망자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운전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해 면허를 취득하더라도 실제로 도로에서 운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초보운전자들이 많다고 한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교육시간과 변별력없는 시험으로 기초적인 기술조차 숙지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실제 도로로 유입돼 도로를 운전연습장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생명은 물론 주변 운전자, 보행자 등 전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운전면허시험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생각은.

“운전자가 실제 도로로 유입되기 전에 충분한 교육과 철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교통량이 많고 도로구조가 복잡한 국가에서 실제 도로의 축소판인 장내기능교육장은 매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교육장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 장내기능교육시간은 2시간뿐이고 그나마 내용이 너무 단순하다. 도로주행 시험노선도 확대해야 한다. 신규면허취득자들이 노선을 외워서 또는 요령만으로 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현재의 4개 노선을 더 늘려야 한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습만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행위를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시뮬레이터는 가상현실로 수많은 교통환경과 복잡한 자동차의 움직임을 아직까지 구현하지 못한다. 좀 더 정교해진 오락기일 뿐이다. 시뮬레이터 실험을 할 때 보면 사람들은 평소보다 과속을 하고 화면에서 사람을 치어도 아무렇지 않아 한다. 이런 시뮬레이터라는 오락기로 연습만 하면 된다는 관련 단체들의 선전은 도로를 오락장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협회가 하는 일은.

“졸음운전, 음주운전, 운전 중 DMB 시청과 같은 ‘교통사고 3악(惡) 추방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초의 DMB 시청은 70km 속도로 운전하는 경우 눈을 감고 20m를 주행하는 것과 같다. 지난 7월 2일 국회는 운전 중 DMB 시청이 과속이나 교차로 신호위반에 준하는 과실이라고 보아 앞으로 20만원 이하 벌금 및 벌점 15점을 적용키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들이 ‘교통사고 3악’을 추방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친다면 교통사고를 매우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이기도 사무총장은?


● 일본체육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 1981∼1990년 일본 태권도 국가대표 코치 역임
● 2010년∼현재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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