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장을 입고 파주NFC에 입소하도록 한 대표팀 지침에 따라 태극전사들을 후원해온 스포츠 용품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깔끔한 수트 차림의 홍명보 감독이 파주NFC에 들어서며 취재진에 미소를 보내고 있다. 파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로고 박힌 우산 아이디어도 비 그쳐 수포로
태극전사들의 정장 입소에 스포츠용품 회사들이 때 아닌 날벼락을 맞았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파주NFC에 들어올 때 정장을 입으라고 지시했다. 그 동안은 별 다른 복장 규정이 없어 선수들은 편안한 옷차림이었지만 이제 와이셔츠에 넥타이, 구두까지 신어야 한다. 동선도 변했다. 이전에는 에이전트 차량으로 파주NFC 정문을 통과해 본관 숙소 동까지 왔지만 정문 앞에서 내려 본관까지 걸어야 한다. 홍 감독은 이를 통해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로서 사명감을 일깨워주고자 했다.
17일 파주NFC. 20일부터 시작되는 동아시안컵을 위해 홍명보호가 처음 소집됐다. 약속대로 선수들은 모두 정장 차림이었다. 깔끔하고 단정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며 속을 태운 사람들이 있었다.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 미즈노 등의 용품 회사 관계자들이다.
사연은 이렇다. 대표급 선수들은 대부분 용품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해당 용품사로부터 축구화를 비롯해 운동화, 옷, 가방 등을 후원받는다. 파주NFC에 입소할 때 대부분 선수들은 후원사의 옷을 입거나 모자를 쓴다. 대표선수 첫 소집 일에는 방송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이 총출동하기 마련. 이것만큼 자연스러우면서도 효과만점인 홍보도 없다. 하지만 정장으로 통일되면서 이런 여지가 싹 사라졌다.
용품 회사들은 고민 끝에 묘안을 짜냈다. 장마철이라는 점을 감안해 선수들에게 자사 로고가 크게 박힌 우산을 제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날씨마저 이들을 외면했다. 17일 파주는 장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하루 종일 햇볕이 쨍쨍했다.
몇몇 선수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후원사를 살리기도 했다. 염기훈은 후원사 로고 모양의 배지를 정장 상의에 달았다. 축구화 케이스를 잘 보이도록 트렁크 손잡이에 걸거나 축구협회에서 지급하는 트렁크 대신 후원사의 큰 백을 들고 오는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파주|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