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저스 유리베 “삼촌은 내 야구 인생의 멘토”

입력 2013-07-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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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유리베(34·LA 다저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야구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수많은 데이터에 근거해 치밀하게 전략을 짜고 준비해도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예상치 못한 각종 변수와 반등이 존재한다.

올 시즌 개막전만해도 LA 다저스의 주전 3루수는 루이스 크루즈(뉴욕 양키스)가 유력했다. 크루즈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한글번역기를 이용해 류현진(26)의 도우미로 나서 한국 팬들에게도 금새 익숙해졌다.

하지만 크루즈는 지난 달 부진한 성적 때문에 방출돼 뉴욕 양키스로 이적했고, 그의 빈자리는 후안 유리베(34)가 메우고 있다. 유리베는 또 크루즈가 그랬던 것처럼 류현진과 수시로 ‘꿀밤 장난’을 칠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

유리베는 2001년 콜로라도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후 시카고 화이트삭스,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2011년 다저스와 3년 계약했다.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

유리베는 다저스 이적 후 첫 시즌이었던 2011년 수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단 77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도 타율 0.204 4홈런 28타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소경기 출전에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에는 크루즈에게 주전자리를 내준 후 주로 대타로만 간간히 경기에 나설 정도로 유리베의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해 성적은 단 66경기 출전에 타율 0.191.

후안 유리베(오른쪽)와 팀동료 헨리 라미레즈. 동아닷컴DB


이 때문에 2005년과 2010년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유리베는 이제 한 물 갔다는 진단이 나왔고, 시즌 초만해도 그의 방출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되자 예상치 못했던 변수와 반등이 속출했다. 주전 3루수였던 크루즈는 시즌 초부터 극심한 타격부진에 빠져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혹시나 했던 유리베는 예전에 좋았던 기량을 되찾기 시작한 것.

유리베는 전반기가 마감된 17일(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타율 0.270 5홈런 28타점을 기록하며 예전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에서는 5타수 3안타(1홈런) 7타점을 기록해 류현진의 시즌 7승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12일 애리조나 체이스 필드에서 동아닷컴 취재진과 단독으로 만난 유리베에게 ‘요즘 타격감이 좋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두 손을 휘저으며 “아직 멀었다. 더 쳐야 한다”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유리베에게 양키스로 이적한 크루즈의 이야기를 꺼내자 유리베는 “여전히 크루즈와 연락하며 지낸다. 방출된 것은 아쉽지만 오히려 크루즈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가 양키스에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유리베는 과거 메이저리그 유격수로 뛰었던 삼촌 호세 유리베의 영향을 받아 야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베에게 삼촌의 근황에 대해 묻자 그는 이내 얼굴에 미소를 거두며 “약 5년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어렸을 때 삼촌한테 야구를 배웠고 그를 보면서 메이저리거라는 꿈을 키웠다”며 침울해 했다. 유리베의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탓에 깊은 이야기는 나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삼촌의 죽음을 애석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미국 현지 언론은 다저스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내셔널리그 서부조 2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로 유리베의 활약을 꼽았다. 유리베는 비록 하위타선이지만 최근 경기에서 꾸준히 안타를 치며 상위타선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기 때문.

이 때문에 유리베가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시즌 후반기에도 최근에 보여준 자신의 몫을 해준다면 다저스가 좀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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