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일. 사진제공|젬컬처스
감각적인 기타연주와 작곡능력, 서정성 짙은 노래로 아티스트와 음악 마니아들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록밴드 메이트 출신의 임헌일은 자신의 음악적 감성의 배경을 ‘열등감’이라 했다.
서른이 된 올해 첫 솔로앨범 ‘사랑이 되어가길’을 최근 발표한 임헌일은 자신의 10대, 20대가 열등감과 고민으로 점철된 날들이었다고 했다.
“10대 때엔 정말 말도 안 되는 꿈도 꾸고, 머릿속 자아와 현실의 자아는 괴리감이 많았죠. 연애를 할 때 드러난 나의 모습도 찌질하고 모자라고…. 전 그런 사람이었어요. 신앙인으로서도 마찬가지였죠. 내가 꿈꿔왔던 신앙인이 아니었고, 내가 치열하게 살면서 느낀 나의 모습은 우울하고 어둡고,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모양이 참 한심하기도 했죠.”
“사람들과의 관계가 쉽고 능숙한 사람이었다면, 안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는 “소심하고 퉁명”하며, “소통하고 나누기보다, 혼자 고민하다보니 생각의 여백이 많이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그는 고독하고 외로운 가운데서 얻어진 감성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음악가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아티스트는 삶의 고통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어떤 분이 제게 농담 삼아 ‘아티스트는 고난을 현금화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고도 하는데, 아티스트의 아픔을 음악으로 풀어낼 때 대중의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한때 자신을 지배했던 열등감, 그 속에서 좇았던 허황한 꿈과 고민, 그리고 마침내 체득한 관조. 임헌일이 최근 발표한 첫 솔로앨범은 이런 과정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낸 한편의 청춘일기다.
“20대 때는 (음악에)힘도 주고 멋도 부리고 했지만, 이번엔 저의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툴 수도 있고 부족할 수 있지만 나와 가장 닮은 앨범입니다. 나의 모든 것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밝은 면, 어두운 면, 모두 다.”
임헌일은 유재하경연대회에서 수상했고, 정원영밴드, 브레맨, 메이트 등을 거쳤다. 이소라 임재범 등의 공연에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다. 여러 밴드에서 활약하다보니 “이런저런 밴드를 거쳐가는 기분” 때문에 자신의 음악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군복무를 마친 것을 계기로 임헌일은 “나는 과연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을 진지하게 한번 짚고 넘어가자는 생각으로 솔로앨범을 내게 됐다.
임헌일의 솔로앨범에서 눈여겨볼 점은 거장들과의 협업이다. 김덕수 정원영 김광민 신윤철 등이 그 ‘거장’들이다. 임헌일은 솔로앨범을 기획하면서 “음악적으론 크게 변신할건 없었”고, 자신이 “어려서부터 존경했던 아티스트”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것들을 “명확히 한다는 마음”이었다.
“이 분들과 작업하면서 대단하다고 느낀 건, 어느 수준 되면 그냥 끝내도 되는데 계속 모니터하면서 더 좋은 소리를 이끌어내려는 모습이었어요.”
임헌일은 다른 가수들의 음반에 참여한 프로듀서로도 유명하다. 신화 출신 신혜성의 4집에 한 곡을 줬다가, 솔로앨범 ‘임브레이스’를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 했다. ‘윈터 포이트리’ 앨범에도 두 곡 참여했다. 임헌일은 일면식도 없던 신혜성으로부터 프로듀서 의뢰를 받고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작업이 한창인 가수 이소라의 음반에도 작곡가로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 솔로 공연을 마친 임헌일은 연말에 다시 공연을 벌인다. 이번 솔로활동을 정리하고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다. 나아가 자신의 20대를 훑어보는 의미도 있고. 유재하경연대회부터 지금가지의 길을 한 가지의 톤으로 정리해보는 의미까지 있다. 그는 “따뜻하고 의미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임헌일은 최근 해체설이 나왔던 메이트에 대해 “(현 상황을)확실하게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동료 정준일은 현재 군복무 중이고, 나머지 멤버인 이현재는 최근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무대에 많이 서고 싶다”는 임헌일은 “현재로선 정해진 길은 없다. 그저 앞으로 뭔가 하나를 꾸준히, 안정감 있게 하고 싶다. 하다보면 밴드가 그립기도 하겠지만.”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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