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통해 국내, 일본, 중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23명의 기량을 면밀히 확인했다. 홍 감독이 24일 중국과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화성|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중앙 미드필더도 하대성·이명주 급부상
해외파 자극→대표팀 발전 구상 틀 갖춰
중앙수비 홍정호-김영권…풀백은 혼전
최전방공격수 부재…박주영, 대안 될까
홍명보호 1기가 첫 번째 시험무대를 마쳤다. 한국은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동아시안컵에서 2무1패로 3위에 그쳤다. 호주, 중국과 득점 없이 비겼고 일본에 1-2로 졌다. 라이벌 일본에 무릎 꿇은 건 경기 내용을 떠나 뼈아프다. 그러나 홍명보호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년 브라질월드컵이다. 홍 감독은 강한 압박과 짧은 패스, 빠른 템포의 플레이로 자신이 추구하는 한국형 축구의 밑그림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특히 그 동안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해 온 유럽파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실전 경쟁력을 면밀히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동아시안컵에 출전한 선수들의 평가와 함께 홍 감독이 즐겨 쓰는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향후 포지션별 경쟁 구도를 살펴본다.
● 중앙 MF
중원은 국내파 미드필더에게 접근 불가의 영역이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아성을 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하대성은 주장 완장을 차고 깔끔한 경기운영으로 ‘국내용’ 오명을 떨쳐 냈다. 홍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 포지션은 개인능력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팀플레이로도 얼마든지 메울 수 있다. 국내파들이 기성용과 경쟁에서 당장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단 무한경쟁체제가 구축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다. 경기운영능력 부족이다. 하대성과 이명주는 일본과 경기에서 후반 중반 이후 자신의 위치를 이탈해 너무 공격 쪽에 무게를 실었다. 중원에 구멍이 생겼고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둘 중 하나는 번갈아 자리를 지켜야 했다.
● 윙&공격형 MF
측면 공격수는 유럽파를 위협할만한 수준이었다. 오른쪽 이청용(볼턴)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고요한(서울)도 자신의 장점을 십분 살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왼쪽 윤일록(서울)은 보석이었다. 창의적인 플레이에 자신감까지 붙었다. 향후 어디까지 성장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지동원(선덜랜드)이나 김보경(카디프시티)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밀릴 수 있다. 또 하나 변수는 이근호(상주상무)다. 홍 감독은 이근호가 이미 검증된 선수라는 판단에 이번에 발탁하지 않았다. 이근호가 가세하면 경쟁률은 더 높아진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기도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손흥민(레버쿠젠), 김보경과의 다툼에 불을 댕겼다.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는 홍 감독이 기대한 대로 국내파 분발→해외파 자극→다같이 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의 틀을 어느 정도 갖췄다.
● 중앙수비
중앙수비진은 홍정호(제주)-김영권(광저우) 체제로 세대교체가 유력하다. 좋은 호흡을 보였다. 홍정호와 김영권은 수비에서 무작정 걷어내기 보다 중원으로 안전하게 연결하고 때로 정확하게 최전방으로 길게 올려주는 능력도 보유했다. 최종수비부터 공격이 시작된다는 홍 감독의 지론에 충실하다. 일본전 2실점은 옥에 티다. 두 선수 모두 앞으로 많은 평가전 등을 통해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 좌우풀백
좌우 풀백은 여전히 혼전이다. 홍 감독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새로 발탁된 왼쪽 풀백 김진수(니가타)가 신선한 화제였지만 너무 혈기가 넘쳐 독이 되기도 했다. 동료와 상대의 움직임을 보지 않는 ‘나 홀로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김진수는 좀 더 경험을 쌓아야 박주호(마인츠) 윤석영(QPR)과 경쟁할 수 있다. 오른쪽 풀백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도 무난했지만 수비력은 미흡했다. 일본전에서 내 준 2골 모두 김창수의 위치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 최전방공격수
홍 감독에게 가장 큰 고민을 안겨준 포지션은 최전방공격수다. 김동섭(성남)과 김신욱(울산), 서동현(제주) 모두 기대 이하였다. 한국축구의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황선홍, 최용수, 김도훈, 이동국(전북), 박주영(아스널) 이후 대형 스트라이커의 맥이 끊겼다. 홍 감독이 일본과 경기에서 후반에 투입한 조영철(오미야)이나 손흥민은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축구는 골로 말하는 스포츠다. 문전 앞까지 아무리 잘 가도 골라인을 넘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확실한 결정력을 갖춘 공격수가 있어야 한다. 대안은 박주영(아스널)이다. 하지만 박주영도 지금처럼 헤매면 답이 없다. 박주영이 새 팀을 빨리 찾고 컨디션을 회복해야 자신도 살고 대표팀도 산다. 이동국(전북) 복귀설도 나온다. 그러나 이동국은 스타일상 홍 감독 축구와는 엇박자다. 홍 감독이 8월 평가전 때 이동국을 부를 지는 미지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