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말(馬)들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마트릭스’. SF 대작 ‘매트릭스’ 등 할리우드 유명 영화들을 패러디해 누리꾼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유튜브 캡처 사진 제공|한국마사회
해외 매트릭스 대표 팬카페서도 강추
터미네이터·300 등 패러디 깨알재미
마사회, 초저예산으로 3일 만에 촬영
“인간과 말의 상생을 강조한 작품이다”
‘가까운 미래, 인류는 지적으로 우월한 종족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 종족은 바로 말(馬)이었다.’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패러디 영화 ‘마트릭스’의 도입부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마트릭스’는 제목에서 금방 알 수 있듯이 워쇼스키 남매의 SF 걸작 ‘매트릭스’의 패러디물이다.
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깨달음을 얻은 저항군 ‘네모’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벌이는 종횡무진 활약상을 담고 있다. 7월25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 온·오프라인에서 전세계 누리꾼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 언론사 ‘호스토크’(horsetalk.co.nz)는 “한국인들이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해 말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보여줬다”며 “영화 ‘혹성탈출’의 요소도 활용해 흥미를 유발한다”고 소개했다.
‘매트릭스’의 해외 팬카페인 ‘매트릭스팬스닷넷’(www.matrixfans.net)도 ‘마트릭스’를 소개하며 “그동안 ‘매트릭스’ 패러디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 한국에서 만든 건 주목할만하다”며 회원들에게 관람을 적극 추천했다.
●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300’ 명장면 패러디…‘깨알 재미’ 선사
‘마트릭스’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은 것은 기발한 발상과 함께 유명 흥행 대작들의 명장면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총알을 피하며 한 손으로 대결하거나, 인류저항군 지도자가 ‘네모’에게 당근과 브로콜리 중에서 선택하라는 것 등은 ‘매트릭스’의 명장면을 패러디한 것. 또한 주인공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스 신전 앞에서 1대1 격투를 펼치는 것은 영화 ‘300’과 닮았다.
이처럼 장면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마트릭스’를 본 네티즌들은 “발상이 신선하다” “속편이 기대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톡톡 튀는 패러디 영화를 만든 곳은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다. 마사회 홍보실은 엄격한 방송 규제와 예산절감 속에서 지난해부터 유튜브를 적극 홍보에 활용하기로 하고 ‘마트릭스’를 제작했다. 재원이 한정되다 보니 ‘마트릭스’는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초저예산으로 불과 3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최원일 마사회 홍보실장은 “인간이 지배자인 말에 저항하는 이야기지만 본질은 역지사지를 통해 인간과 말의 상생을 강조하는 작품이다”고 ‘마트릭스’의 제작 철학을 밝혔다.
‘마트릭스’는 영화배우 원태희와 김레아가 남녀 주연을, 탤런트 윤동환이 저항군 지도자 역할을 맡았다. ‘엑스파일’ 시리즈로 유명한 성우 이규화가 내레이션을 담당했다. 연출은 영화 ‘공정사회’의 각본과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김현우 감독이 맡았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