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베이스볼] 스카우트 “지명포기 선수가 다른 팀서 잘할 땐 그야말로 가시방석”

입력 2013-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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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가 26일 열린다. KT까지 참여해 역대 최다인 10개 구단이 사활을 건 눈치전쟁을 벌인다. 각 구단 관계자들이 지난해 신인지명회의에서 옥석 고르기에 골몰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이 말하는 스카우트의 애환

반대로 직접 뽑은 선수가 잘 나갈 땐 뿌듯
선수들 지명 후 기쁨의 눈물…보람 느껴
연습경기까지 참관…선수 보는 안목 비슷
타 팀서 지명할까 일부러 관심 없는 척도


‘달빛 아래서 미인 찾기.’ 스카우트들이 선수를 뽑을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그만큼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한국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지명선수가 입단 직후 빛을 보는 사례가 거의 없다. 3∼4년 뒤의 장래성을 보고 선수를 뽑아야하니 스카우트의 머리는 더 아파지고, 몸은 더 바빠졌다. 그래도 “내 손으로 뽑은 선수가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때, 지명된 뒤 부모님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때, 그동안 쌓인 피로가 눈 녹듯 녹아내린다”는 스카우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생활

A구단 스카우트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야말로 홍길동 같은 삶을 산다. 고교전국야구대회는 물론이고, 지역예선, 심지어 학교 연습경기까지 빠짐없이 챙겨본다. 오늘은 부산, 모레는 광주, 글피는 대구로 이어지는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눈으로 직접 봐야한다”며 발길을 재촉한다.

B구단 스카우트는 “시즌 초에 야구부가 있는 대학교, 고등학교는 한 번씩은 다 본다는 목표를 잡았다”고 귀띔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야구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야구부가 있는 대학교는 29개, 고등학교는 57개다. “약팀부터 먼저 둘러보고 핵심 팀을 분류한다. 또 저학년 때부터 선수들을 지켜봤기 때문에 (지명 가능) 대상자도 어느 정도 결정돼있다. 노하우가 있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하지만, 숨겨진 원석을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벼야하는 삶의 연속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2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집에 있는 시간이 없다. 가족보다 선수가 우선시 된 적도 많다. 가족에게는 “고맙고 많이 미안한” 남편, 아빠다.


● 치열한 눈치싸움과 작전구상

지명회의 시기가 다가오면 각 팀 스카우트간 눈치싸움도 치열해진다. “거짓정보도 많이 흘린다”는 게 C구단 스카우트의 고백이다. 치밀한 작전구상은 필수다. B구단 스카우트는 “정보전쟁이다. 어차피 스카우트들의 선수 보는 안목은 비슷하다. 좋은 선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리 팀에 어떻게 데려올 건인가를 고민한다. 타 팀 1군과 2군을 통틀어서 부족한 포지션이 뭔지 파악하는 게 첫 번째다. 예를 들어 ‘D팀은 좌투수가 부족하고, E팀은 지난 몇 년간 외야수를 뽑지 않았다’는 식으로 데이터를 내면 다른 팀들이 라운드별 어떤 선수를 뽑을지 예측할 수 있다. 지명선수가 결정되면 다른 팀에서 우리가 저 선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학교에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카우트들은 진실을 말해도 서로 안 믿을 때가 많다”고 웃었다.


● 오래도록 스카우트로 남고 싶다

스카우트들의 일은 지명 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A구단 스카우트는 “혹 팀을 옮긴 후에도 자기 손으로 뽑은 선수는 눈여겨보게 된다. 2군 코칭스태프 중에 ‘그 친구 참 재미있다’는 얘기를 하면 뿌듯하다. 잘 만들면 1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장이 더딜 때, 혹은 지명에서 제외한 선수가 타 팀에서 잘 할 때 그야말로 가시방석”이라고 말했다. C구단 스카우트도 “가장 힘들 때는 순번이 돌아오지 않아서도 아니고 성장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우리 팀에서는 지나쳤는데 타 팀에 가서 잘 할 때”라고 했다. 그래도 성취감이 큰 직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B구단 스카우트는 “지명된 뒤 부모님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개인적인 바람은 경험을 많이 쌓아서 백발이 성성해진 뒤에도 스피드건을 들고 야구장에서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내고 싶다. 그럴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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