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웃었다는 주파수 경매, 조금 비틀어보기

입력 2013-09-03 18: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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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8월 30일, 19일부터 시작한 LTE 주파수 경매가 끝났다. 먼저, 미래창조과학부는 최종적으로 밴드플랜2가 최종 승자가 됐으며, 이동통신 3사 모두 각 주파수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자세히 살펴보면, SK텔레콤이 1.8GHz 대역 35MHz 폭 C2 블록을 1조 500억 원(시초가 6,738억 원)에, KT가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LTE 인접대역인 1.8GHz 대역 15MHz 폭 D2 블록을 9,001억 원(시초가 2,888억 원)에, LG유플러스가 2.6GHz 대역 40MHz 폭 B2 블록을 시초가격이었던 4,788억 원에 낙찰 받았다. 총 합계 금액은 2조 4,289억 원. 시초가 1조 4,414억 원에서 약 1조 원 가량 늘어났다.

일단 우려했던 ‘돈의 전쟁’은 피했다. 경매 중반 SK텔레콤이 실리를 추구해 KT가 줄곧 경매에 참여했던 밴드플랜2로 옮겼기 때문이다. 홀로 KT와 SK텔레콤을 상대하기 어려웠던 LG유플러스는 실리를 택해 B2 블록에 최종 밀봉 입찰했다. KT는 처음부터 노리던 D2 블록을, SK텔레콤은 곧 광대역 LTE를 시작할 수 있는 C2 블록을, LG유플러스는 가장 낮은 금액인 시초 가격에 B2 블록을 가져갔다.

그리고 마지막 결과 발표 날, 이통 3사가 밝힌 입장은 ‘모두가 웃었다’는 결과다. 아래는 각 이통사가 밝힌 입장 발표다.

이통 3사의 주파수 경매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KT는 이번 D2 블록 낙찰 결과에 대해 “앞으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900MHz 간섭 문제를 해결해 LTE 품질 향상에 노력할 예정이다”라며, “기존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아도 광대역 LTE를 서비스할 수 있고, 단기간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9,001억 원은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자찬했다.

SK텔레콤은 “금번 경매는 각 사의 전략에 따라 필요한 주파수 확보를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한다. 국내 LTE 사용자가 가장 많은 당사는, 앞으로 증가할 LTE 가입자 규모와 추가 주파수 필요성을 고려해 경매에 임했다”라며, “이번에 확보한 C2 대역은 기존 1.8GHz 주파수의 광대역화 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 C2 블록을 통해 확보하는 추가 용량을 통해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주파수 경매 결과에 따라 B2 블록으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준비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2.6GHz 대역을 할당 받아 기존 800MHz 대역과 2.1GHz 대역을 포함해, 이통 3사 중 가장 많은 80MHz 폭의 LTE 주파수를 확보했다”라며, “합리적인 할당 금액으로 2.6GHz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경매에 따른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광대역 네트워크 전국망 구축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 LTE 서비스는 물론 광대역 서비스 시장에서도 경쟁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통 3사가 주파수 경매 결과 후 발표한 입장은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마치 KT만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노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낙찰 금액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스스로 분석하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역시 경매 전부터 ‘돈의 전쟁’, ‘승자의 저주’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연, 모두가 웃은 결과일까

이통 3사의 입장 발표만 보면, LTE 주파수 경매 결과는 모두가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나쁜 결과는 아니다. KT는 인접 대역을 확보해 올해 안에 광대역 LTE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으며, SK텔레콤도 기존 1.8GHz를 반납하고 새로운 주파수로 KT와 같은 35MHz 폭으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 같은 1.8GHz 대역은 아니지만, 2.6GHz에 두 이통사보다 넓은 40MHz 폭을 확보했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결과로만 볼 수 있을까. 지금부터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도록 하자.

KT, 아직 남은 꼬리표 ‘승자의 저주’

일단 KT는 ‘올레!’를 외쳐도 좋겠다. LTE-A의 조건 중 하나인 CA 기술을 기존 900MHz 대역에서 간섭 문제 때문에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인접 대역 확보는 두 이통사와 경쟁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하향 20MHz 폭으로 광대역을 구축할 수 있어, 타사의 LTE-A와 경쟁할 수 있는 광대역 LTE를 확보했다. 이론적으로 최대 150Mbps 즉, LTE-A에 준하는 전송 속도를 보장한다. 또한, LTE-A보다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단말기를 교체할 필요도 없다. KT LTE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지금 그대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A 서비스를 상용화하며 기존 LTE보다 2배 빠른 150Mbps를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두 이통사의 LTE-A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단말기를 교체해야만 한다. 같은 갤럭시S4라도 갤럭시S4 LTE-A가 아니면 LTE-A를 이용할 수 없다. 갤럭시S4 LTE-A 출시 이후 사용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일이 불과 얼마 전이었음을 기억하자.

KT는 이 점을 홍보하고 나섰다. KT는 오늘(9월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9월 내 서울 지역을 시작으로 10월 서울 및 수도권(인천 포함)에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한다(전국 서비스는 내년 7월부터 할 수 있다). 광대역 LTE 서비스가 늦는 지역은 주파수 간섭 문제를 해결한 900MHz와 1.8GHz를 CA 기술로 묶어 LTE-A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존 ‘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와 ‘모두다올레’ 가입자에게 제공했던 데이터 2배 혜택을 전 요금제로 확대했다.

다만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자평하지만, 주파수 낙찰 금액 9,001억 원이 만만찮다. SK텔레콤보다 적어보이지만, SK텔레콤은 기존 1.8GHz를 반납하며 낙찰 금액을 할인 받기 때문에 실제 지급하는 낙찰 금액은 KT가 가장 많다. 기존 예상 금액을 최대 2조 원으로 책정했었다지만, 전국망 구축을 위한 투자 비용 등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SK텔레콤, 기존 주파수에서 새로운 주파수로 이동할 때 문제는?

SK텔레콤은 실리를 챙겼다. 반 KT 동맹이라고도 불렸던 LG유플러스와의 연합 전선을 먼저 깨며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C2 블록을 저렴하게 가져왔다. 낙찰 금액이 1조 500억 원에 달하지만, 기존 1.8GHz 주파수를 반환하면서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4,500억 원 정도다. KT가 부담하는 9,001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격. 낙찰 받은 주파수 대역도 하향 20MHz 폭으로 KT처럼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기존 1.8GHz 주파수로 전국 84개 시에서 LTE-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만큼 이번에 낙찰 받은 1.8GHz도 문제없이 제공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다만, 같은 주파수라도 사용하는 대역 폭에 따라 약간의 변경이 필요하다. 물론, 1.8GHz 주파수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최근 탑재하는 단말기 내 통신 칩은 대부분 이를 지원한다. 문제는 각 지역마다 이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LG유플러스, 1.8GHz가 아닌 2.6GHz라는 문제

LG가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확보한 B2 블록은 2.6GHz 대역의 40MHz 폭. LG유플러스는 전세계에서 1.8GHz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주파수가 2.6GHz라고 강조했지만, 2%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유럽 및 중국 등 2.6GHz를 범용 LTE 주파수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파수는 1.8GHz다. 참고로 중국은 TD-LTE 방식이다.

또한, 2.6GHz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구축한 기지국 등에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 일단은 미래를 본 투자다. 지금 당장은 장기적인 시점에서 새롭게 투자할 수 있는 영토를 먼저 추가 확보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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