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독특한 디자인의 노트북이 등장했다. 이 노트북은 일본식 도시락 상자에서 영감을 받아 태어났으며, 일명 ‘빨콩’이라고 불리는 트랙포인트를 장착했다. 바로 기업용 노트북의 대표주자 ‘씽크패드(Thinkpad)’다. 씽크패드 시리즈는 과거 IBM이 제작했지만, IBM의 PC사업부를 레노버가 인수한 이후 직접 생산/공급하고 있다. 씽크패드 시리즈는 두께만 얇아졌을 뿐 20여 년 동안 디자인과 검은색, 트랙포인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씽크패드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씽크패드가 20여 년 동안 고수해온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제품군의 또 다른 강점은 내구성이다. 충격에 강하며 습기는 물론, 고온/저온 등 혹독한 환경에서도 안정성이 높다. 특히, 최근 출시한 제품들은 씽크패드의 이런 장점들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울트라북이나 2-in-1이라는 새로운 폼팩터도 반영했다. 레노버 국제 경쟁력 분석가인 케빈 백(Kevin Beck)이 한국을 찾아 씽크패드의 역사와 최근 출시한 T440, X240 등의 제품에 적용된 기술을 설명했다.
케빈 백은 최근 레노버는 세계 PC 시장의 1위 회사로 올라섰지만, 사실 레노버는 오래전부터 우주에서도 1위였다고 말했다. 지난 1998년부터 나사에 제품을 공급해왔다는 것이다. 나사는 1998년부터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서 사용하는 PC로 씽크패드를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나사가 제품 선택에서 내구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물건을 우주로 보내는 데는 1kg당 8만 달러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런 이유에서 내구성과 안정성이 높은 씽크패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레노버 제품은 이러한 내구성과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극한의 조건에서 다양한 내구성 테스트를 거친다고 한다. 특히, 지난 20년간 쌓아온 기술과, 기술자들로 다른 PC 제조업체와 차별화한 내구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레노버 씽크패드의 모든 제품은 미 국방성 내구도 기준을 통과했다. 물론 다른 제조업체도 미 국방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을 출시하지만, 모든 제품이 통과한 기업은 드물다.
씽크패드의 기술적 개선
레노버가 최근 출시한 씽크패드 제품은 이전 세대의 자사 제품보다 더 뛰어난 내구성을 갖췄다. 먼저 HDD 보호 방식을 바꿨다. 레노버 씽크패드에는 지난 8년간 HDD에 고무레일을 씌워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소비자가 점점 더 얇은 제품을 원하다 보니 더 이상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HDD 보호장치를 새로 디자인하고, 탄성중합체(Elastomer)를 적용해 기존 방식보다 얇으면서 충격에는 43% 강하다.
제품 외부 소재도 더 얇아지면서 강도도 강해졌다. 노트북에는 상판(화면 뒷부분) 덮개가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은 노트북에서 가장 얇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액정 패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레노버는 상판 소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일반 알루미늄 소재와 씽크패드에 적용하는 탄소섬유 소재를 바닥에 놓고 당구공을 떨어트려 강도를 시험했다. 알루미늄 소재는 당구공이 떨어진 자리가 움푹 패였고, 반대쪽까지 충격이 전달된 모습이었다. 반면, 탄소섬유 소재는 당구공이 닿은 자리에 약간 흠집만 있을 뿐 뒷면까지 충격이 전해지지 않았다.
또한, 키보드 배수성능도 강화했다. 이전세대 제품은 200mL 정도를 배수할 수 있었지만, 신제품은 최대 500mL까지 흘려보낼 수 있다. 이밖에 냉각팬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크기를 줄였다.
케빈 백은 “레노버는 내부적으로 기술에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매 세대마다 디자인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능까지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씽크패드라는 브랜드는 단순히 디자인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념이고 철학이다”며, “PC는 판매하는 시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품의 내구성 보증 기간도 중요하며, 실제로 3~4년에 이르는 보증 기간에 제품 수리를 받으러 오는 소비자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디자인도 사용자 요구에 맞게 개선했다. 9개월 동안 11개 국의 컴퓨터 기술 전문가, 일반인, 기존 씽크패드 사용자 등을 대상으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내부 디자인이 간단하고 단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반영해 베젤(화면 테두리)을 줄이고, 기능(Fn)키는 여러 색상을 넣어 각 키의 기능을 한 눈에 구분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터치패드 크기를 키워 터치패드로 윈도8의 기능을 대부분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터치패드를 키보드와 같은 구조로 제작해 버튼 누르는 느낌을 키보드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씽크패드의 상징인 트랙포인트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에 출시한 제품들은 터치스크린과 터치패드를 모두 탑재해 트랙포인트의 활용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여전히 일부 사용자는 이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씽크패드의 디자인과 내구성 등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디자인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상을 예로 들었을 때 평상복 디자인은 계속 변하는 반면, 정장 디자인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씽크패드도 이와 같은 개념이다. 고유의 도시락 모양 검은색 디자인과 빨간색 트랙 포인트, 그리고 내구성은 기업용 노트북의 대명사로 계속 남을 것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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