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연고 ‘제2구단’ 창단 힘찬 첫발

입력 2013-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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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박원순 시장. 사진|스포츠동아DB·동아일보DB

정몽규 회장-박원순 시장. 사진|스포츠동아DB·동아일보DB

■ 정몽규회장-박원순시장 7월 회동

강남권 아우르는 ‘잠실 연고팀’ 구상
스페인 바르셀로나식 협동조합 모델
서울시, 조합원 5만명 규모 창단 준비


잠실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서울 연고 프로축구팀 탄생. FC서울과 서울시민프로축구단(가칭)의 더비매치.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 전망이다.

한국축구의 숙원사업인 제2 서울 연고 프로팀 창단을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서울시가 손을 잡았다.

스포츠동아 취재결과 정몽규(51) 대한축구협회장과 박원순(57) 서울시장이 7월 초 모처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협회 안기헌 전무이사와 서울시 기동민 정무부시장도 참석했다. 정 회장과 박 시장은 강남권 프로팀 창단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작년 11월 유럽 순방길에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박 시장은 서울시민축구단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겠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서울시는 5만명의 조합원으로 창단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구체적인 구상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과 박 시장의 회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잠실 연고 프로팀 창단은 K리그의 염원이다. 서울은 사람과 돈이 몰려 있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대 시장이다. 하지만 프로축구 22개 팀(1부 K리그 클래식 14팀, 2부 챌린지 8팀) 중 서울 연고는 FC서울 단 한 팀뿐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런던에만 14개의 프로팀이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정 회장은 오래 전부터 서울 프로팀 창단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2011년 프로축구연맹 총재 시절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경제력이 집중돼 있다. 서울에 구단이 2개 이상 있어야 한다. 여기서 팬을 많이 늘려야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연맹 사무총장이었던 안기헌 협회 전무이사가 서울시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나 의사를 타진했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정 회장은 협회장 취임 직후인 올 4월에도 “잠실을 연고로 서울에 축구팀이 1개 더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직접 서울시장이 나서 창단 의사를 피력하고 축구계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프로팀 창단을 위한 첫 삽을 뜬 셈이다.


● 창단검토 배경

박 시장이 작년 11월 바르셀로나, 볼로냐(이탈리아), 파리(프랑스) 등 3개 도시를 돌며 현지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현장을 살피고 온 게 촉매가 됐다. 특히 FC바르셀로나가 박 시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르셀로나는 20만 명 가까운 조합원으로 운영된다. 조합원이 직접 클럽 회장을 뽑고, 조합원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있는지 조사하는 옴부즈맨도 있다. 박 시장은 당시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 제2의 프로축구단을 유치하는 방안을 생각해보겠다는 뜻을 내비쳐 축구계를 들뜨게 했다. 서울시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축구단 창단검토 작업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정 회장과 박 시장의 전격 회동이 이뤄졌다. 기동민 부시장은 “프로축구의 서울 연고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러 방법 가운데 협동조합 형태의 축구단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 박 시장과 정 회장도 이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 왜 잠실인가

잠실 연고의 팀이 창단되면 강남권 시민들을 품을 수 있다. FC서울이 강북 지역을 대표한다면 잠실 연고팀은 강남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6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잠실종합운동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마찬가지로 지하철역에서 가깝다. 15억원을 들여 개보수를 마친 뒤 7월 동아시안 컵 한일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안기헌 전무는 “교통 접근성, 주차시설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게 잠실운동장의 가장 큰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 향후 과제

정식 창단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시가 예상한 만큼 조합원들을 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합원의 가입비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지고 탄력을 받으면 스폰서가 붙어 다시 조합원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이상적이지만 반대의 경우 자금줄이 묶여 삐걱거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창단 초반에는 시 예산이 일부 투입돼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경우 시민 여론과 시 의회 통과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잠실종합운동장도 조금 더 손봐야 한다.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가 너무 멀고 관전 시야도 불편하다. 가변좌석을 운영하는 등의 묘수가 필요하다.

앞으로 서울시는 프로연맹과 긴밀하게 공조해나가야 한다. 안 전무는 “프로팀 창단에 대해 협회도 당연히 적극 돕겠지만 연맹이 주도가 되는 게 맞다. 서울시도 앞으로는 연맹과 의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시즌 참가 여부에 대해 기 부시장은 “그럴 일은 없다. 졸속으로 진행할 생각은 없다. 지금은 실무적으로 조사, 연구하는 과정이다. 길게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 협동조합이란?

주식회사와는 달리 조합원 모두의 권익을 추구한다. 의사결정이 ‘1주 1표’가 아닌 ‘1인 1표’로 이뤄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공업협동조합 87개소, 신용, 교육, 연구개발 등 120개의 협동조합 복합체)과 FC바르셀로나 축구단, 미국의 썬키스트(6천여명의 오렌지 농민과 8개 협동조합이 중간상인의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판매 협동조합 연합회)와 AP통신, 한국의 서울우유 등이 대표적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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