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분쟁’ 법률위 결정문 한국배구 룰 흔들어
국제배구연맹(FIVB) 법률위원회는 6일 김연경의 이적분쟁에 관해 결론을 내렸다(스포츠동아 9월 6일 단독 보도). 결정문은 3가지다. 첫째, 2013∼2014시즌 김연경의 원 소속구단은 흥국생명이다. 둘째, 터키 구단(페네르바체)이 김연경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액수는 22만8750유로 이상 넘지 못한다. 산정 근거는 2013∼2014시즌 김연경의 연봉(91만5000유로)이다. 총액의 25%%를 넘지 못하게 했다. 셋째, 김연경이 2013∼2014시즌 이후 흥국생명과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다음 시즌은 원 소속구단이 없어진다.
흥국생명은 명분을 얻었지만 그동안 주장해온 것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흥국생명의 주장은 크게 2가지다. ▲해외활동 2년 뒤 국내리그 복귀를 전제로 한 합의문을 해외활동 2년만 인정하고 국내리그 복귀는 합의되지 않았다면서 법리해석의 오류를 범했다. ▲2012∼2013시즌 FIVB가 발급해준 이적동의서(ITC)는 페네르바체의 경기일정을 배려해 임시로 내준 것이고, 흥국생명의 동의를 얻기로 했지만 이를 일부러 미뤄 결국 무효 ITC로 만든 것에 대한 징계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FIVB가 규정위반에 눈감았다고 주장했다.
흥국생명은 9일 그동안의 협상과정과 FIVB와 주고받은 서류를 언론에 공개했다. 페네르바체와 터키배구협회, FIVB의 얽히고설킨 관계에 의해 판결이 부당하게 내려졌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번 법률위원회 결정문에 대해 이의신청도 할 계획이다. 이의신청 기한은 발표문이 나온 지 14일 이내다. 흥국생명은 자문변호단 측과 결정문의 허점을 조목조목 파헤치고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가는 문제는 한국배구연맹(KOVO)과 상의해 결정한다. KOVO도 실무위원회를 열어 후속대책을 논의한다. 이번 결정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마지막 조항이다. 2년간 소속구단과 계약을 안 할 경우 FA선수가 된다는 규정대로 한다면 한국프로배구의 근간을 이루는 FA제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각 구단은 1년짜리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이제는 계약기간을 명시하고 연봉만 해마다 새로 정하는 형태의 계약서를 만들어야 한다. 계약기간을 구단 편의에 따라 정해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는 마음대로 내보냈지만 이는 선수 입장에서 본다면 구단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이다. FIVB는 이에 대한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KOVO는 로컬룰의 우선을 주장했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다르다. 따지고 보면 2009년 김연경이 처음 일본에 진출할 때 KOVO와 이사회에서 명확한 규정을 만들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해외에 진출할 때 그 기간은 어떻게 산정하느냐 등 FA기간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규정도 손질했더라면 쉽게 끝났을 일이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