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다. 추석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난 음식을 나눠먹으며, 소박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긴 연휴여서 높은 하늘과 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힐링 여행을 하기에도 더없는 기회다. 풍성한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이번 추석엔 각 지역 전통주를 음미하면서 풍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 체험과 멋진 자연풍광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맛과 향을 탐하다, 전통주 순례’라는 테마 아래 이번 추석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 충북 충주 - 깊은 과일 내음 가득한 황금빛 술 : 중원 청명주
‘중원 청명주’는 음력 3월 청명에 마시는 절기주. 조선 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것을 1986년 충북 충주시 가금면 창동에서 누대에 걸쳐 터를 닦고 살아온 김영기 옹이 집안에 전하는 ‘향전록’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지금은 그의 아들 김영섭 씨가 4대째 술을 빚고 있다. 청명주는 찹쌀과 밀 누룩으로 만든다. 과일 내음을 담은 깊은 곡주 향과 맑은 황금빛이 특징이다. 충주에 가면 술박물관 리쿼리움에서 와인, 맥주, 브랜디 등 세계의 술 역사와 문화도 만나 볼 수 있다. 또 충주행복숲체험원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목공예 체험을 하는 것도 가을을 느끼기에 좋다. 여행의 대미는 ‘왕의 온천’이라 불리는 ‘수안보온천’에서 장식해 보자.
● 강원도 홍천 - 전통주조의 예술을 만나다 : 동몽·만강에 비친 달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는 ‘동몽’과 ‘만강에 비친 달’을 빚는 ‘전통주조 예술’의 양온소가 있다. 전통 누룩과 홍천에서 나는 찹쌀, 단호박으로 빚은 ‘동몽’은 알코올 도수 17%%의 약주다. 같은 재료로 빚는 ‘만강에 비친 달’은 알코올 도수 10%%의 탁주다. 두 술 모두 ‘맛있는 술’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인근 홍천 여행지로는 고찰 수타사, 들꽃이 아름다운 수타사생태숲, 아이들의 놀이터 홍천생명건강과학관 등이 있다.
● 경북 영주 - 부드러움에 건강까지 챙겨 담았다 : 오정주
경북 영주의 귀내마을에는 오랜 세월 빚어온 ‘오정주’가 전해진다. 솔잎, 구기자, 천문동, 백출, 황정 등 기운을 북돋는 한약재가 들어있다. 이 술을 상품화 한 사람은 ‘소백산 오정주’ 박찬정 대표. 어머니에게서 배운 오정주 빚기를 계량화하고, 고서를 찾아 고증하고 발효공학을 공부해 그가 완성한 술은 청주가 아닌 소주. 하지만 청주의 부드러움과 약효는 고스란히 옮겨 담았다. 직접 띄운 누룩과 질 좋은 재료, 전통 증류법을 사용한 결과다.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보물 221호), 무섬마을(중요민속문화재 278호)도 영주의 볼거리다. 선비촌에서는 추석연휴 특별공연 및 다채로운 민속놀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 전남 해남 - 조선 임금이 마시던 바로 그 술 : 해남 진양주
전남 해남의 진양주는 조선 임금이 마시던 술. 구중궁궐에서 마시던 술이 해남의 가양주가 된 사연은 특별하다. 조선 헌종 때 술을 빚던 궁녀 최씨가 궁에서 나간 뒤 사간 벼슬을 지낸 김권의 후실로 들어갔고, 최씨에게 술 빚는 법을 배운 김권의 손녀가 해남의 장흥 임씨 집안으로 시집가면서 그 맥이 이어졌다. 2011년 프랑스 OECD 회의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만찬주로 선정되었을 만큼 그 맛이 빼어나다. 순수하게 찹쌀과 누룩으로 빚었지만, 꿀을 섞은 듯 달콤하고 부드럽다. 해남은 남도 여행의 1번지로 꼽힌다. 서산대사의 의발이 전해지는 천년 고찰 대흥사를 둘러보고 케이블카로 두륜산 정상에 오르면 해남의 들녘과 바다가 품에 안긴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