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명품 아역’ 시대, 촬영 현장은 수난시대

입력 2013-10-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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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원’의 한 장면. 사진제공|필름모멘텀

밤샘 촬영 기본…학교생활 불가능

흥행 영화 ‘소원’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역 이레(7)다. 이레는 아동 성폭행의 끔찍한 피해자로 등장해 절절한 연기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제작진은 이레를 출연시키면서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수차례 상담을 받도록 했다. 혹시 모를 후유증에 대비하기 위한 상담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국내 현실에서 이런 사례는 드물다.

현재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아역 연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특히 최근 ‘명품’ 연기로 성인 연기자 못지않게 각광받는 아역들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하지만 현장은 아직 ‘명품’스럽지 못한 듯하다. 한 아역 연기자의 어머니는 “촬영 시스템이 철저히 성인 연기자들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아역 입장에서는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시험 기간에 촬영 스케줄을 조절해 주는 정도도 감지덕지다”고 말했다. 또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지만 이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도 미흡한 실정이다. 밤샘 촬영은 기본이고, 기본적인 학교생활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또래들과 정서적 교류도 힘들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자의 근로시간이 1일 7시간, 일주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역들이 법의 보호를 받기에는 연령도, 기준도 모호하다. 반면 해외에서는 미성년자의 연예 활동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돼 있다. 일본의 경우 밤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노동이 금지된다. ‘쿠건법’이라고도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어린이 노동법에 따르면 유아의 경우 하루 20분 이상 조명에 노출되면 안 되고, 촬영시간은 6세가 되면 하루 6시간, 7세가 되면 최대 8시간으로 늘어난다. 학교 교육이 필요한 경우 제작사는 촬영현장에 교사를 고용해야 한다.

그야말로 국내 현실과 대비하면 ‘꿈 같은 일’이다. 이미 “15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일주일에 35시간 넘게 일하지 못하게 해 학습권과 휴식권, 수면권 등을 보장”하겠다는 규정을 담은 법률 연구, 청소년 연예인의 인권보호 방침 공개 등을 위한 공정거래위의 기준 등이 있지만 여전히 현실에선 무시되고 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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