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최강희(왼쪽), 포항 황선홍 감독 모두 FA컵 우승 경험이 있다. 19일 열리는 전북-포항의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황선홍, 지난해 우승으로 지도자 첫 우승컵
亞 챔스리그 티켓·시즌 2관왕 걸려 관심
8년 만의 정상 탈환이냐, 디펜딩 챔프의 수성이냐.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에서 맞붙는다. 올 시즌 첫 우승팀을 가린다는 점, 또 가장 먼저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의 주인공을 뽑는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특히 양 팀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도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어 이번 승부는 올 시즌 2관왕을 향한 1차 관문으로 주목 받는다.
관심은 양 팀 사령탑들의 지략대결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과 포항 황선홍 감독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FA컵을 통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최 감독이 먼저 영광을 누렸다. 2005년 7월 전북 지휘봉을 잡은 그는 그해 말 대회 정상을 밟았고, 기세를 몰아 2006년 AFC 챔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황 감독에게도 FA컵은 사연 깊은 무대다.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던 2010년 대회 결승에 도전했지만 수원 삼성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집념은 포항으로 옮긴 2012년 빛을 발했다. 결승에서 만난 경남FC를 꺾고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지도자 인생의 최대 전환점을 맞은 황 감독이 제자들을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은 지금도 짠하다. 화려한 현역을 보낸 스타 출신 감독은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축구계의 오랜 속설이 그저 속설일 뿐이라는 걸 직접 결실로 보여준 셈이다.
그렇게 각기 처한 입장은 달랐어도 최 감독과 황 감독에게 FA컵은 큰 의미가 있었다.
이미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비록 포항의 거침없던 상승기류가 한 풀 꺾였고, 전북의 놀라운 비상이 눈부시지만 긴 레이스의 정규리그와 단판 승부의 FA컵은 또 다르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포항은 ‘원정 팀의 무덤’으로 손꼽히는 전주성에서 올 시즌 상대를 3-0 완파한 적이 있다.
선수단에도 비장감이 넘친다. 포항의 송라 클럽하우스에는 작년 우승 트로피가 전시돼 있다. 선수들이 트로피 근처를 지나칠 때마다 영광의 추억을 되짚는 한편, 새로이 마음을 다잡자는 의미다. 전북도 1997년 프로에 데뷔해 국내 최고 수준의 골키퍼로 평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우승컵을 품지 못한 팀 내 최고참 최은성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어느 쪽에 미소를 보낼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