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LG 김기태(44·사진) 감독은 20일 플레이오프(PO) 4차전을 마친 직후 잠실구장 라커룸에서 간단하게 선수단 미팅을 주재했다. 감독으로서 치른 첫 포스트시즌을 4경기 만에 패배로 끝낸 터라 아쉬움은 컸지만, 1년간 수고한 선수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 감독은 짙은 색 선글라스를 쓰고 선수들 앞에 섰다. 혹시 눈물이 나면 선수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 뒤 김 감독은 아무 말 없이 양 팔로 머리 위에 하트를 그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선수들은 모두 “감독님,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그것으로 LG 1군 선수단의 올 시즌 마지막 미팅은 끝났다.
김 감독은 22일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 하지만 선글라스를 착용해 선수들은 전혀 몰랐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PO에서 고참 선수들이 너무 잘 하려다보니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팀을 위해 애쓴 결과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PO 4차전 직후 진하게 회포를 풀며 모두 털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개막 직전만 해도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LG는 힘겨웠던 시즌 초반을 잘 넘긴 뒤 6월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끝내 페넌트레이스 2위로 11년 만에 가을에도 야구하는 감동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LG였다. 김 감독은 “돌이켜보면 지난 1년간 좋은 일도 많았지만 힘든 순간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부족한 감독을 믿고 따라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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