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경마 여통령 김혜선의 무서운 질주

입력 2013-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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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마 여성기수 첫 100승을 눈앞에 둔 김혜선 선수. 주말 남은 3승을 채워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한국경마 여성기수 최초 100승 눈앞 김혜선

통산 100승에 5승 남겨놓고 무릎 부상
수술 받고 5개월 만에 컴백…벌써 2승
이신영 감독 “말과의 호흡이 다승 비결”


남자와 여자가 함께 경쟁하는 스포츠는 많지 않다. 근력와 체력 등 신체 능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마는 다르다. 남녀 선수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한다. 여성 선수가 남성 선수를 제치고 우승하기도 한다. ‘마칠기삼’(경기에서 말의 능력이 7, 기수의 능력이 3이라는 의미)으로 불리는 경마에서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기승술이 경주마와의 교감을 통해 위력을 발휘한다.

서울경마공원에 ‘여풍’이 불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경마 여성 기수 최초로 100승 돌파를 눈앞에 둔 김혜선(24) 선수다. 2009년 선수로 데뷔한 김혜선은 2012년 37승으로 여성선수 최다승을 기록하는 등 지금까지 1335전 97승을 거두었다. 전문가들은 김 선수가 이번 주에 남은 3승을 채워 통산 100승의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변수는 김 선수의 몸상태. 5개월 만에 트랙에 컴백한 김 선수는 현재 허리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100승 축하 팡파레’는 진작에 울렸을 것이다. ‘경마 여통령’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김혜선의 기승술은 남자 선수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 이런 실력으로 김혜선은 3월에 통산 91승째를 거두며 한국경마 여자 선수 최다승 기록을 바꾸었다. 종전 기록은 현재 조교사인 이신영 감독이 기록한 90승.


● 부상 5개월 공백 극복한 강한 승부욕…말과의 교감 중시

김혜선 선수는 이후 4월까지 17승을 올리며 다승 7위로 승승장구했지만 부상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4월25일 새벽훈련 중 낙마사고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던 것. 통산 100승에 5승만을 남겨놓고 있던 때였다.

김혜선은 무릎 수술 후 5개월의 긴 재활을 거쳐 5일 경주로에 복귀했다. 완벽한 몸상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복귀 2주차에 두 차례나 우승했다.

“김혜선은 귀여운 외모 뒤에 명석한 두뇌와 불굴의 집념이 숨어 있다. 남자에 비해 체력은 뒤지지만 승부욕은 남자들도 혀를 내두른다. 보통 선수들이 경주에서 말의 습성을 무시할 때가 많은데, 김 선수는 경주마와의 호흡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최적의 레이스를 이끌어 낸다. 이것이 여성 선수 최다승을 달리는 비결이다.”

이신영 감독은 김혜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감독은 2001년 한국경마 ‘금녀의 벽을’ 깨고 여자선수 1호로 데뷔했다. 이 감독은 자신을 넘어 경마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후배가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 부경, 제주 3개 경마공원에서 활동 중인 141명의 현역 선수 중 여자 선수는 단 10명이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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