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승환. 스포츠동아DB
삼진 등 압도적 구위…야수 편하게 만들어
김진욱감독 “오승환 무너지는건 1년에 한번”
“볼 때마다 위대하다는 것을 느끼는 투수다.”(삼성 차우찬)
‘돌직구’의 위압감이 2013년 가을을 지배하고 있다. 삼성 오승환(31)은 25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4이닝 8탈삼진으로 역투한데 이어, 27일 KS 3차전에서도 1이닝 2탈삼진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의 등판은 양 팀 모두에게 상징적 일이다. 삼성 입장에선 승리의 마침표이고, 두산 입장에선 패배의 암운이다. 2013년 KS에서 양 팀의 희비는 ‘끝판 대장’이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엇갈린다.
● 오승환 필승공식이 투수진에 미치는 영향
오승환은 최근 3년간(2011∼2013년) 페넌트레이스에서 112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기간 블론세이브는 4개뿐이었다. 그가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경기가 그대로 종료될 확률은 약 97%. 삼성 선수단에는 “오승환이 등판하면 이긴다”는 믿음이 짙게 깔려있다. KS 3차전 승리투수 장원삼은 “(오)승환이 형이 마운드에 오르면, 선발투수는 편안하게 핫도그를 먹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라는 말로 오승환의 안정감을 설명했다. 선발뿐이 아니다. 불펜에서 대기하던 중간계투진도 그대로 ‘상황 종료’다. 심창민은 “오승환 선배가 불펜에서 몸만 풀고 있어도 뿌듯함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 오승환 나오면 야수도 편하다?
오승환은 불운까지도 잠재울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큰 경기는 실책 하나로 승부의 흐름이 바뀌기도 한다. 야수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치른다. 그러나 오승환이 등판하면, 내야수들이 실책을 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기본적으로 삼진 비율이 높고, 타자가 공을 치더라도 뜬공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오승환은 164.1이닝 동안 총 211개의 삼진을 잡았다. 이닝당 1.28개다. 스포츠통계기록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 기간 ‘땅볼/뜬공’ 비율도 0.58에 불과한데, 이는 같은 기간 150이닝 이상을 투구한 삼성 투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장원삼은 “야수들도 승환이 형이 나가면 편하게 경기를 한다”고 전했다. 오승환은 이번 KS에서도 5이닝 동안 10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 두산 “오승환이 나오기 전에 이겨야 한다!”
이런 오승환의 존재감 때문에 상대는 그가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심리적으로 쫓긴다. 두산은 KS 2차전에서 오승환을 공략한 적이 있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KS 2차전과 같은 경기는 1년에 한두 번이다. 오승환이 나오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생각 역시 같다. 최준석은 “2차전에서 50개 이상 투구를 했지만 3차전에서 공의 위력에 전혀 변함이 없었다. 3주 동안 준비를 정말 잘 한 것 같다. 항상 2차전처럼 이기기는 힘들다. 오승환이 나오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KS 2차전에서 직구 구속 147∼153km를 기록했고, KS 3차전에서도 151∼153km를 찍었다. 김현수는 “대포알”이라는 세 글자로 오승환의 구위를 요약했다. 이 공포감과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다면, 두산으로선 최선의 경기인 셈이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