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로운 경륜 요정.’ 3일 열린 한일 경륜 대항전에서 세그웨이를 타고 선수들 앞에 서 레이스를 선도하는 ‘선행녀’ 이선영(24). 170cm, 45kg의 늘씬한 몸매와 화사한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는 불과 두 번의 등장으로 경륜팬을 사로잡았다. 사진제공|경륜경정사업본부
선수 이끄는 ‘착한소녀’ 이미지 좋죠
레이싱걸은 자동차가 연상되잖아요
7년전 치어리더 활동중 경륜과 인연
야구장처럼 즐기는 관전 문화 됐으면…
대상경주가 열린 10월 12일 경기도 광명 스피돔. 경주 시작을 알리는 방송과 동시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팔등신 몸매가 돋보이는 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이 세그웨이(전기모터로 구동되는 1인용 2륜 운송기구)를 타고 나타난 것. 그녀는 경주를 알리는 깃발을 꽂고 선수들을 이끌고 벨로드롬을 질주했다. 환호하는 고객들에게 ‘손 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경륜장에도 ‘레이싱 걸’이 등장한 것이다.
그녀는 경륜운영본부가 관중들의 호응을 높이기 위해 준비했던 ‘비밀병기’다. 11월 3일 경륜 한일전에도 트랙에 등장해 스피돔을 후끈 달구었다. 불과 두 번의 출연으로 일약 ‘스피돔의 여신’으로 등극한 그녀의 ‘HER-스토리’를 들어보자.
- 자기소개를 해 달라.
“이름은 이선영이고 24세다. 현재 치어리더 팀 ‘아프리카’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 어떻게 ‘경륜 레이싱걸’로 데뷔하게 됐나.
“경륜과의 인연은 7년 전에 시작됐다. 2006년 광명 스피돔 개장 때 우리 팀이 축하공연을 했다. 그 인연으로 올해 경륜본부에서 선수들의 단체 댄스공연을 지도해 달라고 의뢰가 왔다. 현재 팀에서 유일한 ‘2006년 멤버’인 내가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맡게 됐다. 덕분에 ‘레이싱걸’로 나서게 됐다. 그런데 꼭 ‘레이싱걸’이라고 불러야 하나….”
- ‘레이싱걸’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나.
“싫다기보다는 자동차 경주가 연상돼 차별화되지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경륜본부에서 붙여준 ‘선행녀’라는 호칭이 더 좋다. 경주 때 맨 앞에서 선수들을 이끈다는 의미인데 ‘착한 소녀’라는 뜻도 있어 좋다. 팬들도 ‘선행녀’가 잘 어울린다고 한다. 얼굴도 몸매도 착하다고….(웃음)”
- 두 차례 ‘선행녀’로 활약했는데 소감은.
“처음에는 돈을 잃은 분들이 선수들에게 욕하는 걸 보고 놀랐다. 나를 통해 경륜의 관전문화가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치어리더와 함께 즐기며 응원하는 야구장처럼.”
- 선수들의 반응은 어떤가.
“내가 나오면 선수들의 주행이 달라진다고 들었다. 보통 때는 고개를 숙이고 페달만 밟는데, 내가 나오면 모두 고개를 들고 대열도 밀착된다고.”
- 노래하는 치어리더로도 알려졌다.
“팀 후배 한나(18)와 ‘치어콕’을 결성해 2011년 디지털 싱글 ‘베이비 러브 유’(Baby Love U)를 발표했다. 농구나 배구 경기장에서 우리 노래를 틀고 공연을 하기도 한다.”
- 치어리더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생 때 ‘몸치’라는 걸 알았다. 그걸 벗어나려고 재즈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댄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후 전문적으로 춤을 배웠고 자연스럽게 치어리더의 길을 가게 됐다. 대학(고려대)에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부모님은 지금도 취직해 커리어우먼이 되길 원한다.”
- 앞으로의 꿈은.
“얼마 전부터 연기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배우가 되더라도 ‘치어리더 출신’을 숨기지 않을 거다. 내가 좋아 열정을 바친 일이라 자부심이 크다. 나중에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해 공헌하고 싶다. 책도 한 권쯤 쓰고 싶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삶의 가치관이 남달랐던 경륜 ‘선행녀’ 이선영. 그녀는 12월 29일 그랑프리 결승때 올 해 마지막으로 ‘선행녀’로 나선다. 경륜운영본부는 내년부터는 정식 선발대회 등을 통해 ‘선행녀’를 상설 운영할 계획이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