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나를 조금씩만 소모하는 것이 롱런의 비결”

입력 2013-1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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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동안 쓴 노래만 60여곡에 달한다. 이 중 20여곡을 선별한 뒤 10곡만 뽑아 5집에 넣었다. 3년 만에 새 앨범을 낸 이적은 “대중에게 곡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뮤직팜

■ 3년만에 5집 앨범 ‘고독의 의미’ 발표…이적

2년간 쓴 60여곡 중 10곡에 외로움의 정서 담아
불혹의 문턱에서 느끼는 고독·불안 등 상념들
어쿠스틱에 디지털 사운드 입히는 새로운 시도

예능 계기로 ‘음악하는 사람’ 정체성 알려 만족
음원시대에 앨범 고집 이유는 긴 이야기 좋아서


고독.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3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에서 던진 화두다. 15일 발표된 5집 ‘고독의 의미’에는 외로움의 정서가 밴 10곡이 담겨 있다. 첫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사랑하는 이에게 버려진 이의 상실감, 자책, 원망을 담고 있다. 이어지는 ‘누가 있나요’는 황야를 홀로 걷는 듯한 막막함, 인생의 외로움과 불안을 담고 있고, ‘이십년이 지난 뒤’ 역시 다가올 20년에 대한 상념이 담겨 있다. ‘뭐가 보여’는 상처 입어 스스로를 자꾸만 닫으려 하는 이의 독백이고, ‘병’은 누구나 가진 은밀한 욕망에 대한 노래다. 마지막 트랙 ‘고독의 의미’는 오래된 관계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노래한다. 쉬운 단어로도 심오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이적 특유의 화법은, ‘고독’이란 정서로 빚어낸 슬픈 사랑이야기로, 또 뜨거운 인생이야기로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사람들을 위무한다. 1974년 2월생. 불혹에 접어든 그가 느낀 고독은 무엇일까.

“작업실에 혼자 있으면 드는 생각들. 나이가 주는 고독감. 위기감. 내가 언제까지 앨범 내고 공연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원래 인생은 좀 고독하지 않나? 아! 오해는 마시라. 가정생활은 매우 행복하다. 하하.”

이적은 지난 2년여 동안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곡을 썼다. 60여곡이 쌓였다. “괜찮은” 20여곡을 1차적으로 선별했다. 편곡작업을 하며 상투적으로 들리는 곡은 과감히 버렸고, 가사를 붙이면서 10곡을 추려냈다. 3,4집에서 완전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구현했던 그는 “정체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어쿠스틱에 디지털 사운드를 덧입히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세월을 견디는 음악’을 하고 싶다던 그는 “옛것과 새것의 통합”으로 신선함과 원숙함을 함께 갖추며 그 바람에 한발 더 다가선 듯하다. 그러고 보면 이적이 1995년 패닉으로 데뷔한 후 김동률과 ‘카니발’을 결성하고, ‘긱스’라는 밴드로도 활동한 것도 ‘변신’의 욕구였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아직도 좋은 곡을 쓸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을 좀 느꼈다. 대중이 ‘곡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적은 2011년 MBC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해 유재석과 처진달팽이로 ‘압구정 날라리’ ‘말하는 대로’를 히트시킨 후, MBC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 엠넷 ‘이적쇼-방송의 적’에 잇달아 출연하며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예능에서 뭔가를 얻고자 하는 건 없다. 평소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요청하면 자연스럽게 출연하게 된다. 예능의 좋은 점을 찾자면, 예능에서도 내가 음악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내 노래가 불리고 하다보니, 패닉을 모르는 어린 세대들도 나를 ‘음악 하는 사람’으로 알아준다는 것이다.”

디지털 음원시대에서 “정규앨범을 내야하나” 항상 고민이라면서도 “그래도 앨범은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내 음악은 트렌드한 음악이 아니어서 음원 위주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무기력하지만, 앨범 안에서는 훌륭한 구성이 된다. 그래서 내가 앨범을 더 붙잡으려 하는 건지도 모른다.”

“내 음악은 트렌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 “트렌디하지 않은 음악”으로 18년째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적은 “한꺼번에 소모되지 않은” 것을 롱런의 이유로 꼽았다.

“굳이 비결이라면, 나는 한번에 ‘빵’ 뜬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직 다 들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내가 초야에 묻혀 살지는 않았는데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다. 히트 작곡가가 몇 년을 다작을 하고 나면 감성이 소모돼서 좋은 곡이 더 이상 잘 안나오는 경우가 있더라. 나는 내 음반만 가끔 낸다. 투수에도 투구수가 있듯, 나도 적절한 투구수로 인해 지금까지 온 게 아닐까.”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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