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노트북’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우선은 성능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노트북보다 성능이 높아야 각종 업무용 프로그램을 빠르게 실행하고, 각종 이미지 작업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 거래처와의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보여주는데 불러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무슨 망신인가.
다음으로 물리적 견고함과 보안이다.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저장장치에 들어있는 데이터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잘 보존해야 하며(HDD는 물리적 충격을 입으면 데이터가 손상된다), 휴대하는 제품이기에 노트북의 다른 부위도 충격에 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외비 문서도 있기 때문에 해킹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휴대성이다. 앞서 말한 성능과 견고함을 모두 갖추면 그만큼 부피가 커지고 무게도 무거워진다. 이를 모두 갖추고도 일반 노트북 혹은 그 이하의 무게와 부피로 제작해야 진정한 업무용 노트북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얼마 전 델(Dell)이 기업용 노트북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래티튜드(Latitude) E7240이다. 사실 델은 국내 일반 소비자 시장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지만, 업무용 노트북이나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등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우선 디자인을 보면, 제품 색상은 회색 바탕에 검은색 포인트로 단순하면서 투박하지만, ‘전문직 종사자’라는 느낌을 줘 외근이나 업무에 오히려 적합하다. 제품 상판은 알루미늄 재질에 분말 코팅 처리를 해 견고하면서 촉감이 부드럽다. 12.5인치 크기에 무게는 1.37kg으로,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손에 잡고 휴대하거나 가방에 넣어 다니는데 큰 무리는 없다.
화면 해상도는 1,366x768을 지원한다. 풀HD(1,920x1,080) 이상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낮은 해상도로 얻는 이득도 있다. 12인치 정도의 화면에서 풀HD를 구현하면 아이콘이나 글씨가 작아지고, 웹 브라우징 시 좌우 여백도 더 넓어진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용 제품이 아닌 업무용 제품이기 때문에 굳이 높은 해상도를 갖출 필요성도 낮다. 베젤(화면 테두리)은 재질이며, 화면 외곽을 고무재질로 처리해 충격에서 보호한다.
화면 외부는 코닝 고릴라 글래스를 적용해 생활 흠집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열쇠나 드라이버로 긁어도 멀쩡하다). 다만 고의로 흠집을 내겠다며 칼이나 기타 뾰족한 물체로 긁는다면 흠집이 생길 수 있다.
그럼 업무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키보드와 터치패드는 어떨까? 필자가 외근 시 사용하면서 느낀 ‘손맛’은 ‘쫀득쫀득’이었다. 키 감이 아주 훌륭해, 노트북 키보드가 아닌 일반 PC용 키보드를 사용하는 느낌이었다. 키보드 형태는 최근 노트북이 많이 채용하는 아이솔레이트 방식인데, 일반 아이솔레이트 키보드와는 조금 다르다. 일반 아이솔레이트 키보드의 도톰한 부분과 함께 키 아래쪽까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다음 사진을 참조하자).
이런 독특한 형태의 키보드 덕분에 고속 타이핑 시에도 오타가 적으며, 장시간 사용해도 손목에 무리가 없다. 실제로 필자가 몇 주 동안 취재용으로 사용했었는데, 처음 사용하는 키보드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능숙하게 문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필자는 키 감이 나쁘거나 익숙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면 오타가 많이 발생해, 키보드를 보는 일이 잦다). 무엇보다 한글 입력 시 자주 사용하는 시프트(Shift)키가 커서 편리하다(일부 외산 제품 중에는 시프트키가 작아 쌍자음 및 이중모음 입력 시 불편한 제품도 있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키보드 백라이트가 없는 것.
제품 하단에는 배수구가 있어 실수로 키보드에 물을 쏟아도 제품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물론 페트병으로 ‘콸콸’ 부어버린다면 고장이 나겠지만…
터치패드의 인식 성능도 양호하며, 특히 타이핑 중 손바닥이 여기에 닿아도 클릭으로 인식하지 않아 문서 작성 시 커서가 마음대로 왔다갔다하는 일도 없었다. 터치패드 사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버튼의 키 감이다. 보통 터치패드와 함께 있는 버튼은 눌렀을 때 뻑뻑하며, ‘딸깍’하는 소리가 귀에 거슬릴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제품의 터치패드 버튼은 제품 키보드의 키 감과 비슷하다. 누를 때 힘이 크게 들지 않으며, 소리도 경쾌하다.
키보드 외에 각종 버튼 구성도 마음에 든다. 일반 노트북에서 펑션(Fn)키와 함께 눌러야 작동하는 기능들을 외부 버튼으로 따로 마련해놔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음소거, 음량증가, 음량감소, 비행기 모드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 기능들은 업무나 이동 시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이다. 동영상 참고자료를 보다가 전화가 오면 버튼 하나만으로 음량을 조절할 수 있으며, 비행기 탑승 시 또는 급하게 네트워크를 차단해야 할 때도 간편하다.
또 하나, 키보드 상단 상태표시등 중 저장장치 작동상태를 보여주는 인디케이터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통 이런 표시등은 PC본체에만 있으며, 일반적인 노트북이라면 충전상태, Caps Lock, Num Lock 정도가 대부분이다. 키보드 상단뿐만 아니라 제품 상판 힌지 근처에도 있어, 화면을 닫은 상태에서도 제품이 현재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보통 화면을 닫으면 대기상태로 자동 전환되는데, 시스템 문제가 자신도 모르게 제품이 계속 작동 중일 수 있다. 이는 제품 수명이나 배터리 사용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 성능을 보자. 우선 프로세서는 인텔 4세대 코어 i7 프로세서(i7-4600U)를 탑재했다. i7 프로세서는 인텔의 같은 세대 코어 프로세서(코어 i3, i5) 중 가장 성능이 높은 프로세서다. 그 중 4600U는 TDP(열 설계 전력, CPU가 최대한으로 소비하는 전력량)이 15W로, 일반 노트북용 코어 i7 프로세서의 절반 이하다(i7-4600M은 37W). 물론 성능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게다가 전력 소모량이 낮아 배터리사용시간도 늘어난다.
저장장치로는 250GB SSD(mSATA)를 갖췄고, mSATA 슬롯을 여분으로 하나 더 갖췄다. 메모리는 8GB(4GBx2)다. 제품 분해가 쉬워 성능을 높이기도 쉽다. 나사 2개만 풀면 하판을 뜯어낼 수 있으며, 4GB 메모리 대신 8GB 메모리 2개를 장착하거나 SSD를 추가해 저장용량을 늘리는 등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성능 좋은 프로세서와 SSD의 빠른 전송속도, 8GB 메모리의 빠른 처리속도로 MS오피스, 포토샵 등 각종 소프트웨어 구동이 빠르며, 부팅속도도 빨라 회의 시 수월하다.
입출력 단자는 어떨까? 요즘 나오는 노트북 제품들을 보면 휴대성을 강조하면서 대부분의 단자를 작게 제작하고, 전용 어댑터를 제공(구매하는 경우도 있다)한다. 그런데 이 제품은 미니 DP(디스플레이 포트)를 제외한 HDMI, 유선 LAN 단자 등을 모두 풀 사이즈로 갖췄다. 확장성이 좋다는 의미다. 특히 주요 단자들은 모두 제품 뒷면에 있어 모니터 등을 연결하더라도 제품 좌우에 공간이 확보된다.
아쉬운 점이라면 가장 범용성 높은 D-SUB 단자가 없으며, D-SUB를 연결하려면 DP 단자에 전용 어댑터를 연결해야 하는 점이다. 또, 제품 무게에 비해 전원 어댑터가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운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품 가격은 233만 900원이며, 2013년 12월 현재 델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163만 2,400원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라면 이 가격을 듣고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비즈니스용으로, 일반 사용자가 아닌 기업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금 비싼 제품을 쓰더라도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제품을 원한다. 외근 나갔던 사원이 실수로 회사 노트북을 떨어트려 안에 있는 주요 데이터가 모두 날아갔다던가, 급한 회의 시 제품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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