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루지, 맨몸으로 시속 100km…극한의 공포심 먼저 떨쳐야

입력 2013-1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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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제22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눈과 얼음 위의 스포츠 대축제’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동아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과 함께 동계올림픽 종목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 과학으로 본 동계올림픽 루지(Luge)와 심리학


연습중 사망 사례 등 불안 증폭…경기력 저하 주원인
심리학적 기술 묶어 습관적 심상훈련으로 대처 가능
가장 효과적인 건 실제 경기 시설에서의 반복 훈련


동계올림픽에서 썰매를 타고 활강해 속도를 경쟁하는 종목은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다. 봅슬레이가 보호벽과 핸들, 제동장치를 갖춘 원통형 썰매를 사용하는 데 비해, 루지와 스켈레톤은 보호벽이나 제동장치 없는 작은 썰매를 맨몸으로 탄다.

루지는 누워서, 스켈레톤은 엎드려서 활강하는데 속도는 루지가 빠르다. 루지는 봅슬레이보다도 빠르다고 하는데, 최정상급 선수의 경우 순간 속도가 시속 100km를 훌쩍 넘어서는 고속활강을 한다.

일반인이 루지 경기를 보고 흔히 느끼는 감정은 아찔한 사고의 위험성일 것이다. 직접 해보라고 하면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위험성은 이 종목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조지아 루지 선수가 연습 도중 사망했을 때도 큰 논란이 일었다.

루지 선수들도 두려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 때문에 루지 선수층도 두껍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루지국가대표선수 선발 시 후보선수의 풀(pool)이 충분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겨울 열린 일본 나가노 루지아시안컵 남자 2인승 경기에는 유일하게 한국만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심리적으로 루지 경기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공포, 자신감 부족, 불안은 경기력에 악재로 작용한다. 몸이 굳어 경기력 자체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로 인해 사고 위험성도 급증한다. 계량에 과학적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이런 심리적 위축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마이너스 14%로 진단하는 학자도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 같은 두려움과 자신감 부족, 불안에 대한 분석과 처방에 있어서는 정신분석적, 행동주의적, 인지적 접근 등이 가능하다. 이에 기초해 문제중심적(problem-focused) 방법들을 제시할 수 있다.

또 그간 스포츠심리학에서 사용돼왔던 여러 감정중심적(emotion-focused) 기술들의 사용도 가능하다. 선수 각자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들을 묶어 프로그램화하고, 경기 루틴을 만들어 심상훈련으로 습관화하는 식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루지 강국들의 사례를 거론하기 전에 국내 루지 환경에 대해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루지 경기에서 선수가 느끼는 사고와 부상에 대한 공포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강렬한 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실제 경기시설에서 진행하는 훈련의 부족에서 절대적으로 기인한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루지 경기시설이 아시아에선 일본에 몇 곳 있을 뿐이다. 독일 등 유럽 선수들은 잘 갖춰진 경기시설에서 충분한 양의 연습을 쌓은 덕분에 경기 수행에 따른 부상 공포를 최소화하고, 기록단축을 위한 기술 연마에 집중할 수 있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실제 경기시설에서 진행하는 훈련이 부족한 탓에 부상 공포에서도 확실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우리도 루지 경기시설을 갖춰가고 있다. 다른 종목에서처럼 한국의 루지 경기력도 머지않아 세계 최정상에 설 것이다.

김용승 박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동아·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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