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2013년 한국축구 명암] 쑥쑥 크는 손흥민…내년 월드컵 설렌다

입력 2013-1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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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스포츠동아DB

손흥민. 스포츠동아DB

1. 홍명보호 대들보 손흥민

한국 축구의 2013년은 파란만장했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U-20 남자대표팀은 세계 대회 8강에 올랐고, 국가대표팀은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정몽규 회장 체제로 바뀐 대한축구협회는 2017 U-20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프로축구 K리그도 사상 첫 승강제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특히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는 정규리그 최종 라운드 때 우승 팀이 결정되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2013년 한국 축구를 인물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유망주 꼬리표 떼고 분데스리가 중심에
차범근 몸담았던 레버쿠젠서 킬러 활약
해결사 가뭄 한국축구에 단비같은 존재
개인 성향 단점 딛고 진정한 태극전사로


2013년 한국 축구를 환히 밝힌 주인공으로 손흥민(21·바이엘 레버쿠젠)을 빼놓을 수 없다. 기대주,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내고 에이스로 부상한 완벽한 시즌이었다. 그는 유럽 축구, 그곳에서도 최근 ‘대세’로 떠오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핫(Hot)'한 특급 스타플레이어다. 분데스리가는 물론이고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도 반 년 앞으로 다가온 2014브라질월드컵을 빛낼 주인공으로 손흥민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이 확정된 이후 주요 외신들이 홍명보호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어렵다고 보면서도 ‘다크호스’ 그 이상에 시선을 주는 건 손흥민이란 존재가 가져다주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 유럽에서도 가장 빛난 샛별

올 시즌 유럽파 태극전사들의 부침이 이어지고 있다. 아쉬움 속에서도 국내 축구팬들의 ‘잠 못 드는’ 밤을 책임지는 이는 손흥민이다.

2012∼2013시즌까지 함부르크SV에서 활약하다 올 여름 팀 역사상 가장 높은 이적료(1000만 유로 추정·약 150억 원)를 찍고 ‘레전드’ 차범근(SBS 해설위원)이 몸담았던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뒤에도 붙박이 왼쪽 측면 공격수로 맹활약을 펼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독일에서도 가장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탄탄한 전력을 갖춘 전통의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지난 시즌과 2013∼2014시즌 내리 쏟아내는 득점 세례를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문전 앞 단독 찬스에서 손쉽게 상대 골키퍼의 이동 경로를 읽고 균형을 무너뜨리며 골을 넣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간 한국 축구는 국제무대에서 문전 골 결정력 미숙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등 수차례 땅을 쳐왔다. 이 때문에 자신감에 넘치고 직접 해결사 역할을 하는 손흥민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년 월드컵을 기대케한다.

물론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가 가져다주는 중압감은 굉장하겠지만 계속 두드리면 열리는 세상의 법칙은 축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더욱이 손흥민은 유럽 무대 태극전사 가운데 유일하게 올 시즌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라있다. 폭발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꾸준한 득점 신고를 하는 분데스리가와 대조적으로 챔스리그에서는 아직 침묵 중이지만 기회는 충분히 남았다.


● 바뀌고 달라진 손흥민을 보라!

한 때 손흥민은 개인 성향이 강한 플레이로 인해 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눈길을 좀처럼 사로잡지 못했다. 지인들에게 “어떻게 해야 (홍명보) 감독님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자주 했다고 한다.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홍 감독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손흥민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줬고, 대표팀에서의 성장과정을 지켜봤던 조광래 전 감독과 최강희 전 감독(현 전북현대)도 많은 신뢰를 줄 수 없었다. 조직이 가장 중요한 대표팀의 특성을 미뤄볼 때 특정 선수가 홀로 튀는 것은 약이 아닌 독이었다.

하지만 손흥민도 많이 바뀌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태극마크의 진짜 가치를 알게 됐고, 자신이 아닌 전체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팀플레이의 맛도 알았다. 그러자 훨씬 많은 찬스가 왔다. 홍명보호가 공식 출범한 7월 이후 A매치에서 가장 많은 득점(3골)을 터뜨렸다. 홍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 원 톱 딜레마를 2선에서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내려놓고 비우자 홍 감독이 채워줬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좀처럼 선수 한 명을 콕 짚어 칭찬하지 않는 홍 감독이지만 실전에서 손흥민이 잘했을 때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가장 위급할 때, 절체절명의 처지에 놓인 대표팀이 당장 꺼내들 수 있는 최적의 카드가 손흥민이라는 것도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잘 알고 있다.

손흥민은 2월 FIFA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뷰를 통해 “내 오랜 꿈은 월드컵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3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통해서도 그의 각오와 포부는 동일했다. “축구 선수에게 가장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웅장하게 흘러나오는 애국가를 꼭 듣고 싶다.” 그에게 돈은 부수적인 조건일 뿐이다. 오직 월드컵 출격을 위해, 선수는 뛰어야 가치를 이어갈 수 있다는 마음에 리버풀-첼시(이상 잉글랜드)-도르트문트 등 수많은 명문 클럽들의 파격적인 조건의 러브콜을 마다했던 그다.

기다리는 순간이 머지않았다. 내년에도 꼭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손흥민의, 손흥민을 위한, 손흥민에 의한 브라질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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