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다시 보기] Ⅲ. 그의 마지막 노래엔 치열한 시대 청춘들의 고민이…

입력 2014-01-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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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은 “거울 같은 10대와 좌충우돌하는 20대를 지나면 ‘ㄴ’자가 붙는 나이가 된다. 서른이 되면 20대의 가능성은 대부분 좌절되고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서른 즈음에’를 노래했다. 그의 18주기였던 6일 이 노래를 쓴 강승원 음악감독(사진 오른쪽)이 서울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 앞에서 생전 김광석의 ‘1000회 콘서트’ 포스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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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곳곳에 그의 삶이 고스란히…

군대서 죽은 형을 위한 노래 ‘이등병의 편지’
할머니에게 소녀감성 찾아준 ‘사랑했지만’
딸에 대한 미안함 담은 ‘자장가’ ‘자유롭게’


서른두 해를 살다 간 김광석이 읊는 노래엔 그가 보낸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곧 이야기이다. 노래는 세월이 지날수록 깊은 향기를 더한다. 김광석은 누군가의 어린 동생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겐 자상한 아빠였다. 또 다른 이들에겐 웃음 많은 선배이고, 후배였다.


● 세상을 떠난 형을 그리며…‘이등병의 편지’

‘이등병의 편지’를 처음 불러 음반에 담은 이는 전인권이다. 김민기가 이끈 음반 ‘겨레의 노래’(1990년)에서 처음 소개됐다. 이때 코러스로 참여한 ‘막내’ 김광석은 전국순회공연에서 마침내 전인권의 빈자리를 채우며 노래했고 이후 자신의 음반에 넣었다.

그에겐 11세 위의 형이 있었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입대한 형은 결혼을 열흘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형의 죽음은 상처가 됐고 그는 “이 노래를 부를 때 장교로 복무하다 돌아가신 형님에 대한 기억 때문에 감정은 고조된다”(‘김광석 평전’)고 말하곤 했다.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다. 극중 카세트테이프로 흐르던 ‘이등병의 편지’에 북한 병사 오중사(송강호)는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안타까워한다. 사실 이 장면에 쓰일 뻔한 건 서태지였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각색한 박찬욱 감독은 김광석을 택했다.


● 70대 할머니의 뭉클한 고백…‘사랑했지만’

한동준이 쓴 ‘사랑했지만’은 김광석이 솔로가수로 성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차지는 아니었다.

솔로 2집 준비를 하던 1991년, 김광석은 한동준의 공연에 초대가수로 참여한다. 데뷔 음반을 준비하던 한동준은 선배 김광석에게 ‘사랑했지만’을 들려주고 평을 원했다. 김광석은 노래에 마음을 빼앗겼다. 다짜고짜 술자리를 마련해 한동준을 꾀였고, ‘사랑했지만’은 김광석 목소리로 세상에 알려졌다.

정작 김광석은 “다분히 수동적으로 그려져 다가서지도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보는 사랑에 대한 태도가 싫었다”(1995년 KMTV ‘슈퍼콘서트’)며 즐겨 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70대 할머니의 고백에 마음을 돌렸다. 할머니는 레코드점에서 흘러나오는 ‘사랑했지만’에 빠져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를 맞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곤 ‘열여섯 소녀의 감정을 되찾아준 노래’라며 반가워했다. 김광석은 이후 “더 열심히 더 잘” 부르려 했다.


● 딸을 향한 사랑…‘자장가’와 ‘자유롭게’

김광석에겐 딸이 있다. 이름은 서연. 생전 그는 바쁜 공연 탓에 딸과 지내지 못하는 걸 늘 안타까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딸을 위해 만든 노래가 4집에 담긴 ‘자유롭게’다. 의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산부인과에서 엉겁결에 자신의 두 손으로 첫 딸을 받은 그 순간의 환희와 오묘한 느낌을 잊지 못해 만든 노래다. 3집에 수록된 ‘자장가’도 비슷하다. 첫 번째와 마지막 트랙을 ‘자장가’ 연주곡으로 채우고 자신의 음악을 딸과 공유하기를 꿈꿨다.


● 삶을 향한 고민…‘부치지 않은 편지’ 등

“‘막내아들 대학시험’이란 대목에 이르기만 하면 이상하게 목이 메어 녹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술을 마시고 불렀다.”(1995년 나우누리 팬클럽 ‘둥근소리’ 게시판)

김광석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1989년 마포대교를 달리던 버스 안에서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쓰고 부른 이 노래에 그는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고 돌이켰다.

김광석의 마지막 목소리가 담긴 노래는 ‘부치지 않은 편지’. 정호승의 시를 노래한 그는 치열한 시대 청춘들의 세상에 대한 고민과 시선을 음악에 담아냈다. 1995년 ‘둥근소리’ 게시판에서 “책임져야 하는 가족이 생긴 후부터 잘사는 것에 고민이 생겼고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 잘 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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