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를 기억하는가. 대한제국 고종의 다섯 째 아들 의친왕 이강의 차남이다. 그렇다면 흥선대원군의 장손 이준용이 후사 없이 사망하자 양자로 입적돼 운현궁의 4대 종주가 됐던 그 사람? 맞다. 그는 일본의 볼모로 끌려가 일본 육사와 육군대학을 졸업한 뒤 군에 입대해 히로시마 원폭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33세였다.
소설 ‘이우’는 작가 김경민이 역사고증과 다양한 인물취재를 거쳐 ‘비운의 왕자’ 이우의 삶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탈고에 2년 여 걸렸단다. 역사적 팩트와 작가의 상상력이 상승작용을 해 힘 있고 촘촘한 스토리로 탄생했다. 섬세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가 돋보인다. 이우는 조선 왕자로서 기개 높게 살았고, ‘독립된 조선은 왕국이 아니라 민국(民國)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열린 사고를 가졌다. 소설 ‘이우’에서는 사랑하는 조선의 여인을 두고 고뇌하는 모습과 감시자였지만 인간 이우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부관 요시나리의 갈등 등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이우는 지인들에게 “일본의 패전은 기정사실이며 조선이 독립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뿐만 아니라 소련도 가만있지 않을 테니 해방 후의 뒷수습이 큰 문제다”라고 걱정하면서 일본 군복을 빨리 벗고 싶다고 했단다. 혜안이 놀랍지 않은가.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