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이호준이 1루수 미트를 다시 끼는 이유

입력 2014-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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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 스포츠동아DB

용병 테임즈의 1루 수비력 미흡에 대비한 조치
지명타자 테임즈, 1루수 이호준으로 안전망 구축

듬직한 4번타자와 캡틴의 역할도 모자라 한 가지 임무가 더해졌다. NC 이호준(38)이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서 1인3역을 준비하고 있다. 세 번째 역할은 바로 외국인타자를 대신해야 할지도 모르는 1루수다.

2013시즌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이호준에게 “더 이상 수비훈련은 필요 없다. 타격에만 전념해달라”고 주문했다. 1루 수비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 4번타자로 집중해달라는 의미였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이호준은 지난 시즌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20홈런과 더불어 역시 2004년 전성기 이후 가장 많은 87타점으로 폭발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이호준은 다시 1루 수비 훈련을 위해 미트를 왼손에 낀다. 1루수로 영입한 용병 에릭 테임즈(28)의 수비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해서다.

테임즈는 아마추어 시절 1루수 경험을 지니고 있지만 메이저리그(181경기 출전)는 물론 마이너리그(394경기 출전)에서도 1루수로 출장한 적이 없었다. 스스로는 “1루 수비에 자신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전에서 안정감을 주지 못할 경우를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1루는 야수 중 가장 수비 부담이 적은 위치로 간주돼왔지만, 좌타자가 많은 현대야구에선 갈수록 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외야로 장타가 터졌을 때 중계 플레이에서 위치와 판단이 중요하다. 선상으로 빠지는 타구와 내야수들의 강한 송구도 잡아내야 한다.

테임즈는 2010년 더블A에서 27홈런을 때리며 장타력을 뽐냈지만, 빅리그에선 1루수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외야수비에 주력했다. 당연히 실전에서 1루수로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다.

테임즈를 외야수로 뛰게 할 수도 있지만, 김 감독은 좌익수 김종호~중견수 이종욱~우익수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외야진이 타선에서도 그대로 1~3번을 맡아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팀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테임즈의 외야 수비력도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테임즈가 1루 수비에서 경험 부족에 따른 불안감을 노출할 경우에는 지명타자로 돌리고, 대신 이호준이 1루수로 나서는 처방이 가능하다. 수비 때문에 외국인타자를 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오히려 팀 타선의 폭발력을 최대화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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