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언젠가 한 번은 기회 온다는 믿음 있었다”

입력 2014-0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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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은 기회가 온다”는 믿음으로 긴 무명을 이겨냈던 정우. 그는 인기에 조바심내지 않고 “물 흐르듯, 하던 대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천천히 핀 꽃이 더 진한 향기를 낸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주인공 정우가 그렇다. 영화와 드라마의 단역과 조연을 거친 정우는 혹독한 무명의 시간을 보내면서 좌절하지 않고 연기를 향한 단단한 꿈을 키웠다. 2013년을 최고의 해로 보낸 그는 올해는 더 큰 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 ‘응답하라 1994’ 한 편으로 인생역전 정우



2002년 영화 단역 출발…기나긴 무명
토크쇼 나서면 아직도 카메라 울렁증
“쓰레기처럼 실제 다혈질에 눈물 많아”


“언젠가 한번은 온다.”

인생역전. 그를 두고 인생 최대의 ‘로또’에 맞았다고 한다. 일거수일투족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핫 가이’ 정우 이야기다. 지난해 ‘응사’에서 쓰레기 역을 맡고 ‘쓰나미급’ 사랑을 받는 그는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라고 했다.

드라마가 종영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정우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그가 출연한 CF는 10개가 넘고, 새 작품에서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위해 캐스팅 전쟁까지 벌어진다.

“‘언젠가 한번은 (기회가)온다’는 게 제 소신이지만, 아직도 신기하고 얼떨떨하다. 제가 뭐라고. ‘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관심이 너무 커서 부담스럽고 어깨가 무거워 즐길 엄두도 나지 않는다.”

사진제공|CJ E&M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서 ‘부하7’이라는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정우의 무명생활은 길었다. 소득이 없어 부모의 도움을 받았지만, 생활고에 어쩔 수 없이 군 복무를 했다. 군복무를 마친 정우는 “배부른 소리겠지만, 내실을 쌓고 싶다”는 마음에 자신이 원하는 작품만 한다고 고집 부렸다.

그러던 중 영화 ‘바람’(2009)으로 ‘정우’라는 이름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무명시절을 이야기하다 “나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돈이 되지 않는 것들만 골라서 하다보니 주위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무명 시절을 버틴 건 막연한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제 소신과 현실에서 오는 차이가 컸다. 나이는 들고, 현실에서 압박감이 심해지고, 궁지에 몰리는 것 같았다. 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이 보면 서운해 할 수 있지만, 가족들도 지치니까….”

정우는 ‘이기심’을 버리고 주위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자신의 위치, 자신에 대한 시선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 시기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출연하게 됐다. 그 전에 논의되던 영화 등에 비하면 분량이 많지 않았다. 제 주제를 파악 했으니까, 드라마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정우는 아직도 카메라 울렁증에 시달린다. 여러 TV토크쇼에 출연하고 있지만, “주눅이 들어서 불편하다”고 했다.

“입지가 약해서 그런가. 하하. 예능프로그램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지난해 ‘최고다 이순신’ 끝나고 출연한 KBS 2TV ‘해피투게더’를 아직도 못보고 있다.”

이럴 때 보면 ‘응답하라 1994’의 ‘부산 사나이’ 쓰레기와는 정반대인 것 같다.

“하하. 쓰레기의 못난 모습만 비슷한 것 같다. 개구지고, 화도 잘 낸다. 화는 예전보다 많이 내지 않지만, 다혈질이다. 눈물도 많고.”

정말 눈물이 많은 그였다. 속내를 잘 보여주지 않을 것 같은 이 남자, 인터뷰 도중 눈물을 두 번이나 흘렸다. 지난해 동료 연기자 김유미와의 열애 사실이 알려져 이슈의 중심에 섰을 때 “정말 많이 힘들었다”고 눈물을 훔쳤다.

“응원해준 덕분에 정말 잘 만나고 있다”고 말을 아낀 그는 “지금처럼 물 흐르듯이 가고 싶다. 거창한 포부보다는, 연기도 그렇고, 하던 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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