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박스] 납치 미스터리의 최고봉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입력 2014-01-28 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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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트릭과 허를 찌르는 반전 일품
“저를 납치해 주세요” 그 결말은?



● 독자를 사로잡은 첫 문장 “저를 납치해 주세요”

이 책. 표지가 섹시해서 좋다.(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라.) 첫 문장부터 긴장감을 주는 흡입력이 마음에 든다.(개인차가 있겠지만 만족도는 적어도 전설의 야구 최고 타율 이상은 거뜬하다.) 재미까지 있다. ‘피식~’ 웃음도 난다. 자, 슬슬 소설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우타고 쇼노 지음 l 민경욱 옮김 l 블루엘리펀트 펴냄)’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저를 납치해 주세요.”
대학은 삼수해서 들어가고, 겨우 입사한 회사는 부도의 연속. 사랑했던 여자는 파도에 휩쓸려 잃고 만다. 이 사내, 정말 삶이 ‘재수없다’.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해 심부름센터를 차리지만 파리만 날릴 뿐. 매일 경마장을 드나들며 한방을 노리지만 결과는 역시 ‘꽝’. 이런 ‘한심한’ 심부름센터 주인장 구로다가 소설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의 주인공이다.

그는 어느 날 인생 최고의 기회이자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그 앞에 나타난 미모의 재벌가 유부녀. 그녀는 “저를 납치해 주세요”라는 심부름 의뢰를 한다. 사례금은 100만엔. 그녀는 유명 커피 체인점을 거느리고 있는 고미야마 다카유키의 아내인 사오리다. 마마보이인 남편의 애정을 시험하기 위해 가짜 납치극을 꾸며 의뢰한 것이다. 유명 탐정도, 형사도 아닌 허접한 심부름센터 소장이 납치극을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 TV드라마로, 영화로 제작…“역시 우타노 쇼고!”

이 소설은 국내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 작가 우타노 쇼고가 1992년 발표한 납치 미스터리이다. 잘 짜인 구성과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 그대로 독자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정교한 트릭, 그리고 상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말이 돋보인다.

특히 책 첫 문장이 “저를 납치해 주세요.”로 시작, 독자의 시선을 확 잡는 흡입력이 있다. 첫 문장에서 접한 끌림은 책을 덮을 때까지 이어진다. 역시 ‘우타노 쇼고야!’라며 작가의 이름을 부르며 손바닥을 마주 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가치는 이미 일본서 인정받았다. 소설이 출간 되자마자 TV드라마로 방영됐다. 또 2000년에는 영화 ‘링’으로 명성을 떨친 나카다 히데오 감독에 의해 ‘카오스’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 삐삐, 카폰...응답하라 1991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를 잃는 재미 하나. ‘응답하라,1991’이다. 소설의 배경은 1991년. 휴대전화도 없었고 발신자 번호 표시 서비스도 상용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추억 속의 카폰과 삐삐가 등장한다. 그리고 메시지 다이얼이라는 전화사서함 서비스와 파티 라인을 이용한 트릭을 구사한다. 그 시대에 ‘첨단 정보통신 기기’를 이용한 트릭을 쓴 셈이다.

시시하다고?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느끼는 살의와 공포, 비애. 그렇게 지금을 떼어내어 남김으로써 내가 그 시대를 살았던 증거로 남기고 싶다. 지금 내가 여기에 살고 있다면 그곳에서 직접 보고 듣고 사용한 것들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체험은 어떤 문헌보다 우월하다. 혹시 책을 읽다 시대에 뒤떨어진 표현이 등장하면 당시의 자신을 회상해보라.” 작가 우타노 쇼고의 말을 되새기면 이해가 간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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