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기자의 KBL 레이더] 오늘 이사회…한선교 총재 ‘12분 쿼터제 고집’ 꺾어야 한다

입력 2014-0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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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연맹(KBL)이 4일 오전 11시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한선교 총재와 10개 구단 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4차 이사회를 연다. 이번 이사회에선 2013∼2014시즌 플레이오프 일정을 확정하고, 다음 시즌 정규리그 일정 등을 논의한다. 관심이 모아지는 안건은 ‘12분 쿼터제’ 도입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다음 시즌 일정이다.

최근 10개 구단 감독들은 KBL이 다음 시즌부터 도입하려는 12분 쿼터제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A구단 감독은 3일 “설 연휴 전에 전체적으로 한번 모여 입장을 밝히려 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며 “그래서 우선 개별적으로 각 소속팀 단장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달했다. 최소한 이번 이사회에서 12분 쿼터제 도입에 대해 ‘2∼3년 유보’로라도 재의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1월 24일자로 스포츠동아가 보도했듯, 12분 쿼터제 도입은 10개 구단 감독·사무국장·주장 등 현장 전문가 30명 가운데 무려 83.3%(25명)가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12분 쿼터제 도입을 결정한 지난해 9월 이사회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B구단 단장은 “한 총재가 ‘고집스러울 정도’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쿼터별 시간을 당장 늘리자는 의견을 내놨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쿼터 시간을 갑자기 변경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냐”며 “그래서 충실히 검토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시행하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인 검토를 한 뒤 2014∼2015시즌부터 12분 쿼터제를 운영키로 결정했다’는 이사회 발표가 나온 전말이다.

리더는 때론 선구자적으로 제도 개혁 등을 이끌어내야 한다. “변화 없이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한 총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농구계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독단적인 12분 쿼터제 도입은 성공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12분 쿼터제를 실행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성숙하지 않았다.

집단행동 일보 직전까지 간 감독들의 태도에서 보듯, 이번 일은 리그의 존폐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유보 결정이라도 내려달라”는 감독들의 외침을 외면해선 안 된다. 지난달 27일 열린 10개 구단 사무국장회의에서도 12분 쿼터제 도입은 반드시 유보돼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C구단 사무국장은 “KBL 실무진 내에서도 당장 12분 쿼터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위한 12분 쿼터제 도입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총재가 잘못된 길을 걷는다면, 제어장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이사회다. D구단 단장은 “스스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사회에서 몇몇 구단은 한 총재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 의견을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곤란하다. 이사회가 지난해 9월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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