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계 터줏대감도 자격시험 탈락…‘심판 쇄신’ 제대로 칼 뽑는다

입력 2014-02-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축구협회 정해성 심판위원장이 개혁을 위해 과감하게 칼을 빼들었다. 축구협회는 심판평가관 제도 시행에 앞서 평가관 자격시험을 실시했는데 터줏대감 감독관 출신들이 여럿 탈락했다. 스포츠동아DB

최근 FIFA 기준 따른 심판평가관 시험
정해성 위원장 “미달 땐 과감하게 탈락”
축구협·프로연맹 신입 심판 공동심사도

심판 쪽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났다. 표정이 밝았다. 그는 “예전에는 입에 담기 부끄러운 일들이 연일 터지고 이를 뒤치다꺼리 하느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 요즘 업무량은 많지만 신이 난다. 한 마디로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심판계가 묵은 때를 벗고 새 출발을 위해 힘차게 시동을 걸고 있다. 쇄신의 중심에 대한축구협회 정해성 심판위원장이 있다.

축구협회는 최근 심판평가관 자격시험을 실시했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심판행정 일원화 ▲심판배정 자동화 시스템 ▲심판평가관 제도 부활 ▲심판 승강제 시행 등 심판 혁신과제의 일환이다.

심판평가관 제도는 1급 심판들이 투입되는 내셔널리그(N리그)와 대학리그(U리그), 챌린저스리그 전 경기에 축구협회가 선임한 심판평가관을 파견해 객관적으로 심판을 평가를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예전에는 경기위원회와 심판위원회에서 50%씩 경기감독관을 배정했다. 최소 절반은 비심판 출신 경기감독관이 심판을 평가했다. 신뢰도가 떨어졌고 특정 인맥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는 의혹도 있었다.

축구협회는 앞으로 투명하게 심판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일정 자격을 갖춘 심판평가관 선발이 급선무였다. 자격시험 과제는 비디오 퀴즈, 경기규칙 이론, 리포트 제출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가이드라인에 따른 항목이다. 87명이 응시해 70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이 높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심판계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베테랑 감독관 출신들이 여럿 떨어졌다. 과거 축구협회 심판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영향력 있는 인사도 낙마했다. 큰 반발이 예상되자 이들에게 일단 심판평가관 자격은 준 뒤 실제 경기에는 파견하지 않는 형태로 부담을 덜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원칙대로 했다. 기준점수에 미달하면 탈락시켰다.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이렇게 과감할 줄 몰랐다며 반색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사실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초심대로 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심판위원회의 일원화 작업도 첫 걸음을 뗐다. 축구협회는 프로 경험이 없는 26명의 신입심판을 추천했다. 이들은 5일부터 12일까지 제주도에서 테스트를 받는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4명씩 8명의 평가관을 파견했다. 여기서 합격한 13명과 기존의 프로심판 33명 등 46명이 13일부터 25일까지 동계훈련을 소화한 뒤 올 시즌 K리그에서 휘슬을 불게 된다. 프로 신입심판 테스트는 처음이다. 또한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공동 심사한다는 데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