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1조’ 핸드볼 국제심판 한국은 혼자 관둘 수 없다

입력 2014-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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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핸드볼연맹 소속 국제심판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석 심판(왼쪽)과 구본옥 심판이 5일(한국시간) 제16회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가 한창인 바레인 마나마의 칼리파스포츠시티홀에서 활짝 웃고 있다. 마나마(바레인)|김영준 기자

한국, 한 명 관두면 국제심판 전부 잃는 셈
이석·구본옥 심판, 국제대회 때마다 호흡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참가중인 대표선수들은 4성급 호텔에 묵는다. 반면 국제심판들은 5성급 호텔에 투숙한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의 규정에 따라서다. 심판의 권위와 사명감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그 정도로 핸드볼에서 심판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억울한 판정 탓에 금메달을 놓친 아픔을 교훈 삼아 대한핸드볼협회는 국제심판 양성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한국은 2011년 이석(28), 구본옥(27) 등 2명의 국제심판을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나라가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주면 우리도 똑같이 해줄 수 있다는 ‘억지력’을 만든 것이다.

국제심판은 나라마다 2명씩 커플로 나와야 한다. 같은 나라 심판 둘이 동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규칙 테스트, 체력 테스트, DVD 테스트가 자격시험 때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제대회를 앞두고 매번 열린다. 여기서 탈락하면 경기에 배정을 받을 수 없다. 둘 중 한명만 탈락해도 짐을 싸서 돌아가야 한다.

서울대를 졸업한 이석 심판은 핸드볼선수 출신이 아니다. 동아리에서 핸드볼을 했는데, 도하아시안게임 때 편파판정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핸드볼협회를 찾아간 것이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구본옥 심판은 선수생활을 일찍 접고 학교 코치를 하다가 심판 과정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영어를 전혀 몰랐지만 죽기 살기로 덤볐다. 핸드볼협회는 둘을 파트너로 정하고, 국제심판 프로젝트를 가동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석 심판은 “국제대회가 끝나면 마땅한 생계가 없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그러나 사명감과 비전이 보이기에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드시 둘이 있어야 하기에 한명만 그만둬도 한국은 국제심판을 잃는다. 그렇기에 두 국제심판은 서로를 의지하며 고독한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마나마(바레인)|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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