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 ‘위대한 도전’] KISS 지원후 한국 봅슬레이 1년만에 0.3초 기록단축

입력 2014-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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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대표팀은 한국체육과학연구원(KISS)이 촬영한 영상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스타트 기록을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남자봅슬레이대표팀이 용평리조트에서 소치동계올림픽에 대비한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 평창|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봅슬레이대표팀은 한국체육과학연구원(KISS)이 촬영한 영상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스타트 기록을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남자봅슬레이대표팀이 용평리조트에서 소치동계올림픽에 대비한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 평창|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4. 동계올림픽은 과학이다


1000분의 1초 다투는 종목선 놀라운 결과
첫메달 도전 컬링도 동작·압력 과학적 분석
독일 명차 BMW,10년 넘게 자국팀 지원


1992알베르빌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에서 김윤만은 100분의 1초차로 1000m 금메달을 놓쳤다. 동계올림픽에선 찰나의 승부가 빈번하게 펼쳐진다. 미세한 차이로 메달의 색깔이 갈릴 수 있다. 그래서 동계올림픽 출전국들은 스포츠과학의 힘을 빌려 기록 단축에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세계 정상급 선수간 경기에선 스포츠과학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한국선수단 역시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KISS)의 지원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꾀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은 각국의 스포츠과학이 경쟁하는 장이기도 하다.


● 컬링, 스포츠과학의 힘으로 최적의 밸런스

한국여자컬링은 2012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소치올림픽에서도 깜짝 메달을 노린다. KISS는 2018평창동계올림픽까지 대비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컬링을 지원하고 있다. ‘컬링 딜리버리 동작 시 운동역학적 주요 요인에 관한 연구’를 통해 경기력 향상을 도모했다. 컬링의 동작은 크게 딜리버리(delivery)와 스위핑(sweepi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타이밍, 균형, 눈과 손의 협응, 유연성, 근력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KISS 김태완 박사는 “딜리버리 동작에선 오른발로 핵(hack·발판)을 밀어내면서 왼발로 균형을 잡고 슬라이딩한 후 스톤을 릴리스한다. 이때 핵을 눌러 추진할 때의 반발력과, 힘의 방향을 조정하는 능력이 경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KISS는 딜리버리 동작에서 드로우(스톤을 하우스 안으로 투구하는 기술)와 테이크아웃(하우스 안에 있는 상대팀의 스톤을 밀어내 점수를 얻는 기술)을 사용할 때, 추진하는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테이크아웃(1.155±0.282 kpa/weight) 기술을 사용할 때가 드로우(1.084±0.191 kpa/weight) 기술을 쓸 때보다 압력이 더 크게 나타났다. 김 박사는 “테이크아웃 기술을 사용할 때는 타깃 스톤을 쳐내기 위해 좀더 앞쪽으로 체중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드로우 기술은 스톤을 정확한 방향과 거리에 가져다놓을 때 쓰기 때문에 안정적인 체중이동을 위해 발 뒤쪽 압력이 크게 나타났을 것이다. 이런 측정 결과가 선수들이 최적의 밸런스를 잡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자컬링대표팀도 KISS와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꾸준히 경기력 향상을 도모해왔다. 스포츠동아DB

여자컬링대표팀도 KISS와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꾸준히 경기력 향상을 도모해왔다. 스포츠동아DB



● 봅슬레이,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들의 기술 향연

봅슬레이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활주로에서 썰매를 타고 빠르게 내려가는 팀이 승리한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경주와 흡사하다. 자동차 경주에서 이기기 위해선 우선 좋은 자동차를 타야 한다. 봅슬레이도 마찬가지다. 봅슬레이 러너(날)의 마찰계수, 차체의 공기저항은 경기력과 직결된다. KISS 이상철 박사는 “자동차의 경우에는 자동차 형상이 날렵하지 못해 공기저항이 크더라도, 힘이 좋은 엔진을 사용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썰매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썰매의 형상과 날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썰매 제작에는 기초과학 기술의 정수가 모여 있다. 독일에선 유명자동차 브랜드인 BMW가 10여년 이상 자국 봅슬레이대표팀의 썰매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만 100억원대”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페라리는 이탈리아대표팀, 맥라렌은 영국대표팀의 썰매를 제작했다. 한국대표팀은 독일의 중고 썰매라도 구매해보려고 했지만, 이조차 쉽지 않았다. 현재 대표팀의 썰매도 1억원대 이상이지만, A급은 아니다. 향후 경기력 향상을 위해선 수준 높은 장비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 KISS와 손잡은 봅슬레이대표팀, 스타트서 기록 단축

봅슬레이대표팀은 더 좋은 장비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힘으로 기록 단축을 할 수 있는 부분에 주목했다. 그 답이 바로 스타트였다. KISS는 대표팀의 스타트 강화를 위해 과학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봅슬레이 강국의 경기를 지켜보면, 스타트에서 4명의 선수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발을 잘 맞춘다. KISS는 영상 촬영을 통해 대표팀이 황금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봅슬레이는 자동차와 달리 썰매를 움직이기 위해 오직 사람의 힘만을 쓴다. 선수들이 썰매를 직접 밀어 속도를 높인 뒤 탑승하는 방식이다. 스타트 구간에서 푸시바(썰매 손잡이)에 힘을 가할 때, 힘의 손실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높인다면 기록 단축의 요인이 될 수 있다. KISS는 스타트 시 푸시바에 가해지는 힘을 측정하는 장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자료를 축적하고, 대표팀의 기록 단축에 도움을 줬다. 이상철 박사는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 당시의 데이터를 활용한 해외 논문을 보면, 얼음의 온도가 같다고 가정할 때 스타트 구간에서 속도가 빠른 팀이 결국 우세한 경기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13년 4월부터 KISS의 지원을 받은 대표팀은 1년간 최대 0.3초의 기록 단축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봅슬레이가 1000분의 1초에서 승부가 갈리는 종목임을 고려할 때, 엄청난 성과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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