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덴헐크 “수로 발달한 네덜란드…스케이팅은 국민스포츠”

입력 2014-0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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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밴덴헐크.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 밴덴헐크.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밴덴헐크가 밝힌 ‘빙속 강국’ 비결

여름엔 축구하고 겨울엔 스케이트 타
올림픽 수준보다 높은 국가대표선발전
4∼5세부터 입문…조기교육도 한 몫


“네덜란드에서 스케이팅은 한국의 태권도와 같다.” 네덜란드 출신의 외국인투수 삼성 릭 밴덴헐크(29)는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에 강한 비결’에 대해 이 한마디로 설명을 대신했다.

온통 ‘오렌지 물결’이다. 네덜란드가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장거리인 남자 5000m에서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하더니, 단거리인 남자 500m에서도 역시 금·은·동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밴덴헐크는 TV 중계를 통해 모국의 스피드스케이팅선수들이 맹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지난 시즌 후 결혼한 아내 애나가 트위터로 네덜란드선수들의 낭보를 전하면 이를 리트윗하고, 삼성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면 자랑하기 바쁘다.


● 넓은 저변과 지리적 특성

네덜란드는 왜 스피드스케이팅에 강한 것일까. 밴덴헐크는 이에 대해 우선 ‘넓은 저변’을 꼽았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는 축구와 스케이팅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여름엔 모두 축구를 하고, 겨울엔 모두 스케이트를 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스케이팅은 겨울철에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가장 오래된 ‘국민스포츠’라는 뜻이었다. 1892년 국제빙상연맹(ISU)이 창설되고, 이듬해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첫 공식 국제대회가 열렸다는 사실에서 네덜란드와 스케이팅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다.

지리적 특성도 스케이팅이 생활스포츠로 뿌리내릴 수 있는 배경이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다. 인공제방과 수로가 발달해 겨울에 수로들이 얼면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빙판으로 바뀐다. 이렇다보니 선수층도 두껍다. 네덜란드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의 기흐트 카이퍼 코치는 8일(한국시간)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대표팀 선발전은 올림픽 수준보다 높다. 네덜란드 상위 28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 28명의 선수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 조기교육과 국민적 인기

‘조기교육’도 큰 영향이 있다. 밴덴헐크는 “한국에서 어린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는 것처럼, 네덜란드에선 4∼5세 때부터 스케이트 타는 법을 배운다. 나도 스케이트부터 탔다”고 소개했다. 다만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그는 야구 코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축구 대신 야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스케이팅선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밴덴헐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면 네덜란드 전역에 TV로 생중계되고, 국민들은 TV 앞에서 선수들을 응원한다. 스벤 크라머 같은 선수는 국민적 영웅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라머는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광고에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조기교육과 저변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다 네덜란드인의 타고난 신체조건과 과학적이면서도 체계적인 훈련시스템,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노하우 등이 어우러져 빙속 최강국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밴덴헐크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오른팔 이두근 부상을 당했지만, 현재 부상 후유증은 전혀 없는 상태다. 불펜피칭을 3차례 실시했고, 오키나와 캠프 막바지에는 실전등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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