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크] 이명주·김승대 “이름값이 전부는 아냐”

입력 2014-0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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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의 심장 이명주(왼쪽)와 김승대가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환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들며 새 시즌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흥|남장현 기자

■ 포항 중원의 핵 이명주·김승대


이명주

챔스리그 상대팀 실력 좋은 선수 많죠
스타만 축구 하나? 우린 여전히 강호
올해 월드컵 출전·K리그 대상 욕심도


김승대

포항이 우승하니까 주변 관심도 커져
‘2년차 징크스’ 없이 꾸준하고 싶어요
용병 없다? 의존 탈피·소통 등 장점도

이제 프로 무대 3년차와 2년차. 하지만 목표는 10년차 베테랑 못지않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포항 스틸러스의 미드필더 이명주(24)와 김승대(23)의 시선은 경력에 비해 훨씬 높은 위치를 바라보고 있다. 목표도 같다. 작년 정규리그와 FA컵 2관왕에 오른 가운데 올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이다. 중동은 물론 대어급 외국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나선 중국 슈퍼리그, 일본 J리그와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름값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이겠다”며 의지를 다진다. 포항은 최근 동해안 지역을 강타한 때 아닌 폭설로 전남 고흥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천재지변을 겪은 포항이지만 분위기는 좋다. 그 중심에는 포항 중원의 핵인 둘이 있다. 포철중-포철공고-영남대까지 아마추어 시절부터 줄곧 한솥밥을 먹었다. 차가운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가장 아름다운 시즌을 보내겠다고 두 손 잡은 이명주, 김승대와 사커토크를 진행했다.


● AGAIN 2013


이명주(이하 이) : 지금 돌이켜봐도 작년은 참 짜릿했어. 사실 난 걱정을 좀 했어. 지난 시 즌 초반까지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중반부터 페이스가 뚝 떨어졌지. 더위를 먹었는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 다행히 우리 모두가 잘 뭉쳐 포기하지 않은 결과를 냈지만.


김승대(이하 김) : 형, 저는 많이 뛰진 못했지만(21경기) 중요한 시점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너무 뿌듯했어요. 우승하는 시기에 열심히 해서 주변의 관심도 커졌죠. 부담도 압박도 꽤 받아요. 다만 시즌 막바지에 강팀과 계속 부딪히며 노하우가 생겼다는 건 소득이에요.


이 : 우리가 골에 집중하는 포지션은 아니잖아. 더욱이 포항이 특정 한 명에 의지하는 것도 아니고. 득점자원이 널리 퍼졌고, 팀워크와 팀플레이에 철저히 맞춰지다보니 우리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어. 나와 너 말고도 언제든 골 넣을 형들이 많으니까.


김 : 맞아요. 포지션(공격형 미드필더)이 득점 루트에 근접했긴 했어도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었죠. 형들이 정말 잘 도와줬어요.


이 : 넌 내가 봐도 기동력이 참 좋아. 스피드며, 수비를 벗겨내는 움직임이며, 내가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지.


김 : 전 항상 형의 꾸준함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보고 배워요. 아마추어 때부터 잘 따르고 좋아한 형이었으니. 그라운드에 가면 하나는 확실했죠. 형한테 볼이 가면 내게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이요.


● 포항의 의미


이 : 처음 포항에 입단한 뒤 정말 걱정이 컸어.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 곁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어. 항상 배운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거웠지.


김 : 저도 포항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포항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커요. 어릴 적부터 늘 포항에서 축구하고 싶었고. 유일하게 꿈을 키울 수 있는 팀이었어요.


이 : 그런 면에서 (황선홍)감독님께도 늘 감사해. 축구를 하며 이뤄야 할 목표와 꿈을 키워주신 분이지. 축구 선수라면 가깝게는 프로, 멀게는 유럽 진출과 월드컵까지 적어도 근접할 수 있게 해주셨잖아.


김 : 솔직히 몇 년은 못 뛸 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절 좋게 봐주시고 믿어주시고 밀어주시면서 나름 평탄한 길을 걸었어요. ‘프로 2년차’ 징크스도 절대 없을 겁니다.


이 : 그래, 너 역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스토리를 작년에 썼으니 두려울 게 없어.


김 : 포항에 뚜렷한 색채를 입혔고, 저희의 잠재력을 끌어내시는 분이에요. 걱정은 있는데, 작년만큼은 충분히 하리라는 자신감은 있어요. 포항만의 축구가 있으니. 그래도 챔스리그를 꼭 제패해야 할 텐데.


● 우린 아시아 평정하러 간다!


이 : 상대팀들에 실력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일본과 중국에서 개인 실력이 뛰어난 용병이 많이 영입됐고. 하긴, 스타만 축구를 하냐.


김 : 저도 정말 챔스리그가 욕심이 나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고. 유명한 스타들이 있으면 그를 받치는 동료들이 있잖아요. 홀로 축구를 하는 게 아니니까.


이 : 포항에 용병도 없고, 용병만큼의 실력을 지닌 형들이 이탈했다고 걱정을 하는데 우린 여전히 강호라는 건 틀림없어. 서로가 서로를 커버해주니까. 팀이라는 면에서 우릴 따를 수 있을까.


김 : 용병이 없어서 좋은 점도 있죠. 특정 한 명에게 의존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패턴을 피할 수도 있고. 의사교환이 편하다보니 대화도 더 많이 하는 것 같았어요.


이 : 그래도 조금 아쉽긴 해. 내가 뛸 때 지쿠가 있었는데, 분명 배울 점이 있거든.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어떤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지 알게 해줬어. 그나저나 난 올해 10골10도움쯤 올리고 싶어. 월드컵 출전과 K리그 대상에 욕심난다면 이상할까? 승대는 더 잘해야 해.


김 : 기복 없이 꾸준하고 싶어요. 올 시즌은 골과 도움 모두 두 자릿수씩 올리고 싶고요. 형, 올해도 멋지게 하는 거 알죠?

고흥|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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