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기자의 여기는 소치] 여왕 vs 소녀…김연아가 김연아를 넘는다

입력 2014-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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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스포츠동아DB

2014년 여왕,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담담
다른 선수 응원하며 여유…“금보다 클린”
원숙한 연기로 올림픽 금 신화에 재도전

‘피겨 여왕’ 김연아(24·올댓스포츠)가 마지막 한판승부를 시작한다.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2010년의 김연아’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새벽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마쳤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와 아사다 마오(24·일본)가 끊임없이 경쟁자로 거론됐지만, 김연아의 올림픽에서 더 이상 순위는 무의미하다. 오직 21일 프리스케이팅에서 보여줄 현역 생활 최후의 연기가 관심사다. 김연아는 이미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연기를 펼쳤다. 그녀의 이름 뒤에 늘 따라다니는 훈장이자 굴레다. 4년 전의 김연아는 분명히 더 힘찼고, 생기가 넘쳤다. 은퇴를 앞둔 스물네 살의 선수가 이기기 어렵다. 그러나 2014년의 김연아에게는 ‘여유’라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후회 없는 피날레를 장식한다면, 그게 바로 그녀에게 진짜 승리다.


● 2010년 김연아, 올림픽이 ‘꿈’이었던 소녀 선수

2010년 2월, 막 밴쿠버에 도착한 김연아는 아직 목표를 이루기 전이었다. 처음 선수 생활을 시작한 순간부터 꿈꿔왔던 생애 첫 올림픽. 게다가 사상 첫 피겨 금메달을 기대하는 대한민국의 기대와 응원은 이제 갓 20세를 넘은 소녀 선수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그래서일까.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취재진과의 가벼운 인터뷰도 자제하면서 훈련에 집중했다. 늘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지훈련을 했으니, 다른 종목 선수들과의 친분도 깊지 않았다. 선수촌 외부에 따로 마련한 비밀 숙소와 훈련장만 오갔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사소한 환경까지 빼놓지 않고 점검했다. 강철 같은 멘탈과 세계 최강의 실력에 철저한 관리까지. 밴쿠버에서의 완벽한 연기와 빛나는 금메달은 그 모든 것의 조합이었다.


● 2014년 김연아, 올림픽 ‘퇴임식’ 치르는 여왕

4년이 흐른 지금은 다르다. 김연아는 ‘올림픽 챔피언’의 자격으로 소치에 왔다. 밴쿠버 때보다 더한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이 쏠렸지만, 그저 담담할 뿐이다. 토론토 대신 태릉선수촌에서 다른 국가대표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자신의 훈련이 끝난 뒤에는 후배 박소연과 김해진의 연습까지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종목 선수들과 함께 쇼트트랙 경기장을 찾아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기도 했다. 더 이상 경쟁자들도 의식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에만 집중한다. 올림픽 금메달이 선사한 경험과 4년의 세월이 만든 노련함 덕분이다. 이제 김연아는 선수 생활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얼음 위에 선다. 마지막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의 제목은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 ‘아디오스’는 스페인어로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다.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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