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더 인터뷰] 송창현 “컨트롤 다져서 선발투수 한 자리 차지하겠다”

입력 2014-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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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창현의 투구 모습. 송창현은 류현진(LA 다저스)을 빼고는 지난 4년간 끊어진 한화의 토종 10승 투수의 맥을 이어갈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한화 좌완 기대주 송창현

작년 9월 이후 방어율 1.89 인상적 호투
“정민철코치님의 템포변화 주문 큰 도움”

“한화로 트레이드 지금 생각하면 행운
지난해 결혼도 했으니 열심히 해야죠”


한화 송창현(25)은 올 시즌 주목받는 투수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30경기에 등판해 2승8패, 방어율 3.70을 기록했다. 전반기에는 부진했지만 후반기부터 줄곧 선발로 활약하며 잠재력을 뽐냈다. 특히 9월 이후 6경기에서 38이닝 동안 방어율 1.89로 호투했다. 송창현은 빠른 공이 매력적인 투수다.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직구는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은근히 위력적이다.

한화는 지난 겨울 국가대표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해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야구는 투수싸움이고, 마운드가 약하면 결코 좋은 성적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한화는 최근 4년간 류현진(LA 다저스) 외의 10승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만큼 10승 투수가 그 어느 팀보다 절실하다. 송창현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10승 투수의 잠재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 단 한 차례도 선발 로테이션 거르지 않겠다

-스프링캠프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네. 지금까지는 다 좋은 것 같아요. 아픈 데도 없고 공도 잘 갑니다.”


-가까이서 보니까 허벅지가 굉장히 굵다.

“좀 굵은 편이죠. 예전에 재본 적이 있는데 26인치쯤 되더라고요.”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의 허벅지는 ‘꿀벅지’라고 하잖아. 네 허벅지도 만만치가 않다. 몸무게는?

“100kg이요. 더는 안 나가요.”


-몸무게가 많은 편 아닌가?

“글쎄요. 일단 공 던지는 데 부담은 없고요. 정민철 코치님도 살 빼라는 말씀은 안 하시니까, 그냥 유지하려고요.”


-허벅지와 체중에서 공의 힘이 나오는가보다. 지난해 프로에서 던져본 소감은 어떤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프로 타자들을 내가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떤 승부에서 그런 생각을 했나?

“직구를 던질 때 타자들이 밀린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못 던져서 맞은 것은 있어도, 잘 던져서 맞은 건 거의 없었어요.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어떤 점이 가장 안 된 건가?

“컨트롤이죠. 공이 제 마음대로 컨트롤이 안 됐어요.”


-아마 시절에는 어땠나? 원래 컨트롤은 안 좋은 편이었나?

“컨트롤 좋다는 소리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프링캠프에선 어떤 점에 특히 신경을 쓰나?

“역시 컨트롤이죠. 피칭할 때 최대한 집중해서 던지고 있어요.”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는 거요.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선발투수 자리를 지켜내고 싶어요.”


● 시즌 막판 6경기 4패, 방어율 1.89

-프로 데뷔 첫 등판을 기억하나?


“네. 5월 18일 두산전인데 선발로 나갔어요.”


-어땠나?

“4이닝을 던졌는데 두 점 줬어요.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그날은 하체가 내 하체가 아니었어요.”


-전반기는 안 좋았는데 후반기는 성적이 괜찮았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하나를 꼽자면 템포의 변화였어요. 제가 포수 사인을 받고 좀 시간을 끌다가 던지는 스타일이었는데, 정민철 코치님이 ‘사인을 받으면 바로 던져보자’고 하셨어요. 그게 좋았어요. 제가 사인을 받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후반기로 넘어가면서 인상적 피칭을 많이 했다. 구종의 변화도 있었지?

“6월에 송진우 코치님이 서클체인지업 그립을 가르쳐주셨어요. 한 번 던져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배웠어요. 직구하고 슬라이더밖에 못 던졌는데, 체인지업을 던지니까 타자하고 상대하는 게 훨씬 편했죠.”


-맞아. 중계할 때 가끔 체인지업이 수준급이라는 생각을 했어.

“네. 지금은 체인지업이 가장 자신 있어요.”


-스트라이크 던지고, 볼 던지고, 떨어지는 폭을 조절하고, 그 정도가 가능한가?

“가능해요. 좌타자한테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어요.”


-9월 이후 6경기는 참 인상적이었다.

“볼넷이 적었어요. 38이닝 동안 10개밖에 안 줬어요. 컨트롤이 잘 되니까 결과도 좋았고요. 처음에는 타자 얼굴 안 보고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는데, 그때는 타자 얼굴도 쳐다보면서 던졌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마지막 경기요. LG전에서 리즈와 맞대결했는데,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어요. 삼진은 한 개밖에 못 잡았지만, 진짜 던지고 싶은 데로 공이 갔어요.”


-스스로 생각할 때 송창현은 배짱이 있나?

“네. 좀 있는 것 같아요. 지는 것도 싫고.”


● 한화로 트레이드는 엄청난 행운!

-야구는 언제부터 했나?

“경주 동천초등학교에서 시작했죠. 친구가 연습하는 것 구경하다가, 감독님 권유로 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투수였나?

“투수랑 1루수만 했어요. 근데 이름만 투수고 거의 1루수였죠.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던진 적이 없어요.”


-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투수가 된 건가?

“2학년 때부터요. 감독님이 선발로 나가라고 해서 그때부터 쭉 선발투수로 뛰었어요.”


-대학교 3학년 때가 공이 좋았다며?

“제주 국제대가 12시 게임이 많았어요. 약한 팀이 그 시간에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프로 스카우트들이 다 점심을 먹으러 가요. 나도 투순데 좀 속상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제가 145km를 던지면서 소문이 조금씩 나니까, 스카우트들이 점심을 먹으러 안 가더라고요.”


-많이 기뻤겠다.

“지금처럼만 던지면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때 처음 프로야구를 생각했어요. 그때까지 프로야구는 꿈도 안 꿨거든요.”


-그렇게 입단한 롯데였는데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멍했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저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어요.”


-행운?

“롯데에 있었으면 선발 기회나 있었겠어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에 온 건 정말 큰 행운이죠.”


● 결혼도 했는데 진짜 열심히 해야죠!

-스스로 생각할 때 장점은 무엇인가?


“집중하는 능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공을 던지는 체력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회만 된다면 많이 던지고 싶어요.”


-던지는 공들이 다 괜찮은 게 가장 큰 장점 아닌가?

“감사합니다. 직구는 무브먼트가 좀 있고요. 체인지업은 정말 자신 있습니다.”


-정민철 코치는 슬라이드 스탭이 좋다고 하더라.

“주자 1루 때 빠른 편이죠. 지난해 도루하던 주자를 여러 번 잡았어요.”


-올해 목표가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사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몇 승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없나?

“솔직히 저도 아직 저를 모르겠어요. 몇 년 전까지 프로야구선수라는 걸 생각조차 안 했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또 지난해 결혼도 했으니까 진짜 열심히 해야죠.”


-좋아하는 투수, 롤모델이 있나?

“없어요.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잘 해서 다른 누구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화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씩씩하게 던지겠습니다. 컨트롤이 좀 잘 되면 좋겠는데, 컨트롤이 안 되더라도 응원 부탁드립니다.”


●송창현은? ▲생년월일=1989년 8월 17일 ▲키·몸무게=181cm·100kg(좌투좌타) ▲출신교=대해초∼매송중∼야탑고∼제주국제대 ▲프로 지명·입단=2013신인드래프트 롯데 3라운드(전체 27순위) 지명·입단 직후 한화로 트레이드 ▲2013년 성적=30경기 82.2이닝 2승8패(방어율 3.70) 46탈삼진 ▲2014년 연봉=4600만원 ML 출신 용병과 경쟁? 배움 앞에 자존심 없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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