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저버린 KGC, 전랜에 져버린 KGC

입력 2014-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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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정영삼이 23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KGC와의 홈경기에서 박찬희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KGC 이상범 감독 전격 경질 배경은?

선수-코치-감독 거친 프랜차이즈 스타
한 시즌 성적 부진 이유로 사퇴 내몰아
벌써 새 감독 거론…선수들도 흔들려
이동남 대행체제로 전랜에 69-80 패배


남자프로농구 KGC 이상범 감독이 전격적으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KGC는 22일 새벽 스포츠동아의 단독보도 이후 “이상범 감독이 21일 LG와의 홈경기 종료 후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자진사퇴가 아니라 경질이다. 이 감독은 다음 시즌 연봉 3억5000만원을 보전 받는다.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구단이 감독을 경질한 경우 잔여 연봉을 보전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진사퇴의 경우에는 연봉을 보전해주지 않는다. 감독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KGC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프로 원년 KGC의 전신인 SBS에서 선수생활을 한 그는 코치를 거쳐 2008∼2009시즌 감독대행으로 사령탑에 올라 2009∼2010시즌부터 정식 감독으로 일했다. 팀이 KT&G, KGC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자리를 지켰으며 2011∼2012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선 팀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한 구단에서 선수, 코치, 감독을 거쳐 우승까지 경험한 이는 KBL 역사상 이 감독이 유일하다. 안양 연고구단 역사에 남을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셈이다.

이상범 감독. 스포츠동아DB


동시에 이 감독은 선수들의 든든한 후견자였다. 구단으로부터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는 와중에도 부상 중인 김태술, 오세근 등의 출전을 철저하게 조절하면서 선수보호에 나섰다. “나 하나 산다고 앞날이 창창한 내 새끼들을 죽일 수는 없다”고 말하던 그다. 성실하게 자신을 따라준 몇몇 은퇴선수들에게는 아마추어 코치 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을 챙겼다. 이 감독의 퇴임에 선수들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이 감독의 퇴임은 올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김태술, 양희종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 인색했던 KGC는 ‘끈끈한 정’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이 감독의 퇴진으로 선수들의 마음마저도 흔들리는 상황에 놓였다.

KGC는 단 한 시즌의 성적부진을 이유로 구단 역사의 산증인인 동시에 선수들의 버팀목이었던 이 감독을 경질했다. 구단 고위층과 껄끄러운 관계였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다. 이 감독의 퇴진과 함께 벌써부터 구단 고위층과 친분 관계를 이어온 한 농구인이 KGC의 새 사령탑이 될 것이라는 석연치 않은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구단의 역사와 미래, 선수단 분위기 형성보다는 눈앞의 성적과 대인관계에 무게를 둔 ‘프로답지 못한’ 결정이었다.


● 모비스 7연승·LG 8연승 질주

한편 KGC는 23일 이동남 감독대행체재로 인천에서 전자랜드를 만나 69-80으로 패했다. 선두 모비스는 kt를 84-62로 꺾었고, 2위 LG는 오리온스를 80-59로 대파했다. 모비스는 7연승, LG는 8연승을 달리며 3위 SK와의 간격을 각각 1.5게임, 0.5게임으로 벌렸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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