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수출 프로젝트…왜?

입력 2014-0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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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강정호가 24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벌어진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와 의 연습경기에서 솔로포를 터트렸다. 넥센은 요코하마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던 강정 호를 올 시즌 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포츠동아DB

■ 준비된 넥센의 손익계산법

1∼2년 뒤 내다보고 백업 윤석민 사전준비
日 캠프 경험 기회 제공…구단서 더 적극적
거액 이적료·컴백 때 보유권 등 ‘일거양득’


넥센이 ‘강정호(27) 수출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 중이다. 간판선수를 해외 리그에 ‘빼앗기겠다’는 것이 아니다. 선수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주고, 팀도 그 공백에 대한 준비과정을 거쳐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20홈런을 치는 국가대표 유격수 강정호는 넥센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가운데 한 명이어서 더 그렇다.


● 넥센, “강정호가 원한다면 보내주겠다” 천명

2006년 데뷔한 강정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프로 7년을 꽉 채워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2012년 말의 류현진(LA 다저스·당시 한화), 2013년 말의 오승환(한신·당시 삼성)과 같은 케이스다. 강정호는 이미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넥센의 생각도 확고하다. 24일 넥센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붙잡지 않고 보내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강정호에게 해외 구단이 적극적 러브콜을 보낸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허락하겠다는 계획이다. 선수가 원하고 구단이 망설이는 모양새였던 이전 사례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 요코하마 스프링캠프 합류도 도화선

이미 이례적 길을 걷고 있기도 하다. 한국프로야구단에 소속된 선수가 일본프로야구단의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참여한 것 역시 강정호가 처음이었다. 넥센이 몇몇 일본팀과 친분을 쌓는 과정에서 ‘우리 선수가 일본의 캠프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고, 요코하마가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넥센 관계자는 “처음에는 우리 선수가 다른 리그의 훈련을 배우고 오는 ‘인턴십’ 차원으로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강정호 정도 레벨의 선수가 직접 경험을 쌓으면 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대상자를 강정호로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공식 발표는 캠프 합류 직전에 했지만, 넥센과 강정호는 지난해 말부터 이번 캠프에 대한 계획을 세워왔다.


● ‘강정호가 없다면?’ 가정법 가능해진 윤석민 카드

두산에서 내야수 윤석민을 데려온 트레이드도 ‘만약 강정호가 없다면’이라는 가정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병호와 강정호라는 걸출한 1루수와 유격수를 보유했지만, 이들이 뛸 수 없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석민은 어느 구단에서든 주전으로도 뛸 수 있는 ‘주전급 백업’이다. 넥센은 올 시즌을 마친 뒤 강정호가 전력에서 이탈하더라도 ‘유격수 김민성, 3루수 윤석민’이라는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1년 뒤, 2년 뒤를 먼저 내다보고 철두철미하게 구단을 운영한 결과다.


● 강정호, 24일 요코하마전 홈런으로 실력 과시

현재 강정호의 마음은 일본보다 미국 쪽에 쏠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스로는 일단 “올해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 진출과 자아실현을 위한 선결 과제라는 의미다.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각오 덕분에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강정호는 24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에서 2-3으로 뒤진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잠시나마 함께 훈련했던 동료들에게 한국 대표 유격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넥센은 이 홈런을 신호탄으로 승부를 뒤집어 8-5로 이겼다.

오키나와|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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