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현영민 “은퇴? 90분 뛸 체력 안될 때 스스로 멈추겠다”

입력 2014-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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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베테랑 수비수 현영민이 현역 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보겠다며 엄지를 세운 채 각오를 다졌다. 광양|남장현 기자

■ 전남 드래곤즈 현영민

올 겨울 성남서 이적…젊은 팀 전남에 무게감
왼쪽 수비수 최다 출전 목표…앞으로 21경기
“떠밀리는 은퇴 NO! 몸 안되면 스스로 떠나겠다
리그 6강·FA컵 우승 목표…구단에 보답할것”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남 드래곤즈는 ‘젊은 팀’의 대명사였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다보니 분명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많았다. 패기와 열정으로 뭉쳐진 까닭에 분위기가 좋을 때는 한 없이 올라가는 반면, 한 번 흐름이 꺾이면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됐다.

지난 시즌 하위권으로 내려앉은 전남은 후자에 가까웠다. 요소요소에서 포인트를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했다. 올 시즌을 앞둔 전남 하석주 감독의 최우선 과제도 베테랑의 수혈이었다. 겨울이적시장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왼쪽 풀백 현영민(35)은 최우선 타깃이었다. 전남 코칭스태프가 가장 공들인 작업이었다. 그 효과는 금세 드러났다. 오락가락 기복이 심하고, 여러 선수들을 돌려 막던 불편한 상황 대신 모처럼 무게가 생겼다. 후배들도 안정을 찾았다. 물론 현영민도 아름다운 말년을 보내게 됐으니 서로가 윈-윈(Win)인 셈이다. 최근 전남 광양에서 현영민을 만났다.


●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픈 수비수

- 전남행에 고민은 없었나?

“어떤 사람이든 선택의 순간에서는 생각이 많아진다. 성남FC를 떠나게 되면서 어느 정도 고민은 있었다. 하지만 선택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하석주) 감독님이 날 원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선택이 옳았다고 본다.”


- 30대 중반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텐데.

“작년 말부터 교감은 조금씩 나눴다. 감독님 외에도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이민성 코치님 영향도 있었다. 사실 전남은 내 고향(구례)이기도 하다. 친가와 외가가 구례에 있다. 다른 곳에서도 조금 관심을 보였지만 날 정말 필요로 하는 곳이 중요했다.”


- 다른 곳이라면 해외 진출도 염두에 뒀는지.

“가족을 생각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수도권 구단들부터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등 영어권 국가까지 고려했다. 금전적인 것만 볼 수 없었다. 기왕이면 K리그에 남고 싶었다. 이루고픈 목표가 있었으니까.”


- 개인적인 목표라면?

“왼쪽 수비수로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출전을 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유니폼을 벗은 뒤 내가 뛴 포지션을 놓고 ‘현영민이란 좋은 수비수가 있었지’라며 기억에 남을 선수가 되고 싶었다. 골 욕심도, 공격 포인트 욕심도 아니다. 오직 이 목표를 위해 한 경기, 두 경기씩 해왔다.”

현영민은 ‘공격형’ 수비수로 통한다. 활동량도 여전하다. 체력은 타고 났다. 어떻게 해야 90분을 제대로 뛸 수 있는지 요령도 안다. 2002년 울산 현대 입단 후 12년 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올해가 13번째 시즌이다. 그간 316경기(8골)에 나섰다. 동일 포지션에서 최다 출전 기록은 신홍기 전북 현대 코치의 336경기다. 이제 21경기만 더 뛰면 기록의 주인공을 바꿀 수 있다.


● 가장 아름다운 끝을 꿈꾸다

- 솔직히 은퇴도 고려할 시기다.


“떠밀리듯 떠나고 싶진 않다. 구단과 재계약이 안돼 끝이 흐지부지하게 물러나는 선수가 많지만 난 스스로 몸이 안 된다고 생각할 때 당당히 ‘이제 멈출 때가 왔다’고 밝히고 싶다. 그 때까지는 후배들에게 항상 귀감이 되는 형이 되고 싶고, 항상 당당하고 싶다.”


- 그래도 전남과 2년 계약을 했는데.

“2년 계약이지만 1년 뒤 떠날 수도, 더 뛸 수도 있다. 다만 90분을 뛸 준비가 안 된다면 스스로 멈추겠다. 마음 같아서는 마흔까지는 뛰고 싶은데, 몸이 반응 안 하고, 멈춰달라고 한다면 미련 없이 그렇게 할 생각이다. 올해 우리의 목표는 정규리그 6강, FA컵 우승이다. 요즘 서른만 넘겨도 베테랑이 되는데, 구단의 믿음이 고마울 뿐이다.”


- 노장들의 활약이 인상적인데.

“또래 동기들만 해도 (이)동국이, (김)은중이가 있다. 각자 위치에서 한 자리씩 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여기에 (설)기현이 형과 (김)남일이 형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것도 있다. 팀은 전남이 가장 잘 되길 바라지만 모두가 잘됐으면 한다.”


- 제2의 인생은 계획했는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일단 B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꾸준히 교육을 이수하면서 프로 지도자를 생각하는데, 축구 해설가도 프로팀 행정가도 그려본다. 축구 외적인 일이라면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경험하고 싶다. 항상 하고 싶은 걸 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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