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쇼월터 감독 “프랭크 로빈슨도 몰라?”

입력 2014-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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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월터감독, 루키가 전설 모르자 숙제 내줘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벅 쇼월터 감독은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교사로 30여년을 재직한 부친의 영향을 받아 엄격하게 선수들을 관리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25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 차려진 오리올스의 스프링캠프에선 쇼월터 감독의 진가가 드러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2차례나 차지했던 프랭크 로빈슨 전 감독이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캠프를 찾았지만,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19세의 애송이 조시 하트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쇼월터 감독이 “오늘 집에 돌아가서 로빈슨이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 리포트를 만들어서 내 책상에 갖다놓으라”고 지시했다. 아무리 어린 선수지만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인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쇼월터 감독이 숙제를 내준 것이다. 쇼월터 감독은 “그래도 전혀 군소리 없이 내 지시를 잘 따라줘 마음이 풀어졌다. 숙제를 억지로 한 게 아니라 본인이 정말 원해서 한 것이라는 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뜻하지 않게 유명세를 탄 하트는 “매우 진지한 스타일로 선수들을 통솔하는 쇼월터 감독을 존경한다. 어떤 지시가 내려지든 즉각 따르는 게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숙제는 매우 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하트가 제출한 1장짜리 숙제에는 여전히 틀린 내용이 담겨 있었다. 통산 586홈런을 치고 2차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로빈슨 전 감독이 올스타에 뽑힌 횟수를 12번이 아닌 14번이라고 한 것이다.

아무튼 스프링캠프 도중 선수에게 숙제를 부여하는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쇼월터 감독의 대쪽같은 스타일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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