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와 맥주…울산 선수들 ‘시드니의 달콤한 밤’

입력 2014-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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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선수들이 26일(한국시간) 웨스턴시드니(호주)를 3-1로 제압한 뒤 팀 숙소를 찾은 현지 교민들과 환한 표정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시드니(호주)|박상준 기자

호주 교민들이 마련해준 승리 뒤풀이
챔스리그 첫 원정 소소한 추억 만들기


맥주 한잔으로 조촐한 축제를 마쳤다.

경기 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울산 현대 선수들은 밝게 웃었다. 그간의 긴장은 오간데 없었다. 울산은 2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에서 웨스턴시드니(호주)를 3-1로 꺾었다. 선수단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 곧장 버스에 몸을 실었다. 파라마타 스타디움은 공원 내에 위치한 작은 경기장이다. 라커룸을 비롯해 선수들을 위한 부대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울산 선수들은 협소한 샤워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조민국 감독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공식기자회견을 마치고 라커룸을 찾은 조 감독은 선수들이 보이지 않자 크게 놀랐다는 후문. 선수들의 선택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선수단은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끝내고 회의실에 모였다. 테이블에는 저녁식사가 마련돼 있었다. 이날 메뉴는 불고기와 닭볶음. 평소와 다른 점도 있었다. 테이블 곳곳에 습기를 머금은 시원한 맥주가 놓여 있었다. 선수들은 가볍게 맥주를 홀짝이며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새벽 시드니공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간소하게나마 맥주 한잔으로 승리의 기쁨을 대신했다. 선수들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김신욱은 동점골을 터뜨린 뒤 많은 축하인사를 들었다. 술을 하지 않아 근처에도 가진 않았지만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다. 숙소까지 찾아온 몇몇 교민에게 친절하게 사인을 건넸다. 뜨거운 인기가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었다. 신인 미드필더 김선민은 홀가분했다. 프로 첫 데뷔전인 챔스리그에서 당당하게 최우수선수(MOM)로 꼽혔다. 그는 “조민국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출전할 수 있었다. 데뷔전이었지만 아주 재밌게 경기를 뛰었다”고 당찬 소감을 전했다. 이들의 열기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늦은 밤까지 호텔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떨쳤다.

조 감독은 뒤풀이를 마련해준 교민사회에 감사를 전했다. 술을 전혀 하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분위기를 맞추느라 맥주를 조금 마셨다. 경기 중 에피소드를 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웨스턴시드니 서포터가 전반 30분 홍염을 터뜨리면서 경기장을 흔들었다. 그 사이 김신욱은 하피냐의 패스를 받아 동점골을 넣었고, 울산으로 승부의 추가 넘어왔다. 조 감독은 “홍염이 터지고 상대 선수들이 우왕좌왕했다. 큰 도움이 됐다”고 웃었다. 선수단은 27일 자정이 돼서야 울산에 도착했다. 첫 원정의 추억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시드니(호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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