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광저우 만나는 최강희 “살아있는 ‘닥공’ 증명한다”

입력 2014-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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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는 K리그 클래식 사령탑들의 목표는 모두 같지만 방식은 제각각이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겸손함, 전북 최강희 감독은 전매특허인 ‘닥공’으로, 울산 조민국 감독은 공격이 가미된 철퇴로, 서울 최용수 감독은 기조 유지를 내세운다(맨 위 왼쪽부터 시계뱡향).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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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4개구단 사령탑 전략은?


지난 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과 FA컵을 동시 평정한 포항 스틸러스와 정규리그 준우승 울산 현대, 3위 전북 현대, 4위 FC서울이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한다. 한국 대표 클럽들의 아시아 정복 프로젝트를 알아본다.


● 우승후보 세레소와 1-1 포항 황선홍
국내파 불리? 끈끈한 동료애 시너지 폭발 기대


● 요코하마 3-0 완파 전북 최강희
김남일·한교원 등 전력 보강…새 ‘닥공’이다!


● 시드니 원정 승전보 울산 조민국
주력 그대로…지난해 ‘최다골 전략’으로 Go


● 센트럴코스트 안방 제압 서울 최용수
사실상 새 팀 전술 변화…젊은피 기조는 유지


● 포항=겸손함과 짜임새로

포항 황선홍 감독은 조심스럽다. 그는 “K리그나 챔스리그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보강은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자원들마저 줄줄이 이탈했다. 높은 연봉을 감당할 수 없었다. 모기업 포스코의 빡빡해진 살림살이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 시즌도 작년처럼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포항은 세레소 오사카(일본)-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산둥 루넝(중국)과 E조에 속했다. 부리람이 만만해 보이지만 태국의 최고 인기 구단이다. 용병 진용도 화려하다. 오사카도 우루과이 특급 공격수 포를란을 영입해 막강 전력을 구축했다.

그래서 황 감독은 목표를 1차와 2차로 나눴다. 조별리그 통과를 노린 뒤 최종 노선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우승을 노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흐름이 달라지면 두 마리 토끼몰이는 포기할 심산이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은 피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믿는 구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선수들로 구성된 팀은 누구보다 짜임새 있고, 끈끈하다.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쉽다는 점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사상 첫 더블(2관왕)을 달성한 작년이 딱 그랬다. 포항 중원의 핵인 이명주도 “용병이 없다는 건 분명 아쉬움이지만 역설적으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북=그래도 ‘닥공’

전북은 작년 대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무너져 정상 도전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뼈아팠다. 지난해의 한(恨)을 올해는 기필코 풀겠다는 각오다.

전북의 도전은 가장 기대된다. 대부분 팀들이 경기 악화로 선뜻 자금을 풀지 못한 반면 전북은 다른 행보를 취했다.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다. 기존 전력 상당수가 입대, 은퇴, 이적 등으로 이탈했지만 빈틈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공백을 김남일-한교원-이승렬-최보경-김인성-아우렐리오-카이오 등으로 채워 오히려 전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조직력도 갖춰지고 있는데다 브라질 상파울루 동계전지훈련에서 진행한 브라질 명문 클럽들과의 8차례 연습경기에서 5승1무2패를 기록해 자신감까지 끌어올렸다. 전북의 기조는 분명하다. 역시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최대의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걸 잊지 않는다. 한 골을 내줘도 두 골을 넣는다는 게 최강희 감독의 축구다.

전북이 속한 G조는 가시밭길이다. 이겨야 산다. 3년 연속으로 만나는 ‘악연’이자 ‘디펜딩 챔피언’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멜버른 빅토리(호주)까지 쉬운 상대가 없다. 다만 최 감독은 자신한다. “항상 살아있는 ‘닥공’을 증명 하겠다”고. ‘닥공’만 통한다면 결코 무서울 게 없는 전북이다. 26일 홈에서 요코하마를 3-0으로 꺾고 상큼하게 출발했다.


● 울산=철퇴 속 공격 본능

울산 조민국 감독의 축구 스타일은 분명하다. 최대한 많은 슛을 시도하고 득점을 늘린다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전략이다. 작년 울산은 정규리그 2위로 마쳤으나 우승팀 포항과 함께 63골(최다)을 넣었고, 최소실점(37골)을 했다. 뒷문을 철저히 단속한 뒤 때리는 한 방은 상대가 막을 재간이 없었다. 2012년 아시아 클럽 정상에 올랐을 때도 이 전략이 먹혔다. 잘 되고 있는 걸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신임 사령탑은 대개 자신의 색채를 무리하게 덧씌우려다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기존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했다는 점은 울산의 큰 힘이다. 베테랑 수문장 김영광이 경남FC에 임대됐지만 주력 대부분이 남아있다. 이 뿐만 아니라 백지훈-정동호-김근환-알미르 등 알짜배기들이 합류했다. 조 감독도 “많은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걱정거리는 있다. 작년 울산은 챔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다. 1년의 공백은 쉽게 메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분위기도 바뀌었다. 그 사이 서아시아 세력이 꺾이고, 중국이 패권을 잡았다. 사령탑 교체로 인한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 기조를 지켰다. 웨스턴 시드니(호주)-귀저우 런허(중국)-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H조에 편성된 울산은 26일 시드니 원정에서 3-1로 이겨 값진 승점 3을 땄다.


● 서울=리빌딩 & 기조 유지

F조 서울은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센트럴코스트(호주)-베이징궈안(중국)과 16강 진출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지난 시즌 준우승의 값진 결실을 맺은 서울이지만 과거는 잊을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작년의 서울이 아니다. 올해 서울의 우선 과제는 리빌딩이다. 대부분 선수단의 얼굴이 바뀌었다. 3년 연속 득점왕에 오른 데얀과 중원 사령관 하대성이 중국으로 향했고, 8년 간 수비진을 이끈 아디는 코치가 됐다. 서울 최용수 감독도 “변화해야 한다. 성적이 따라오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듯 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 변화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선수단의 대대적 개편이 가져다주는 긍정의 힘도 있다. 기존 서울을 이끌었던 주역들이 대거 사라지면서 사실상 새 팀이 됐고, 이는 상대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예측불허’의 팀으로 변모한 것이다. 여기에 전술적인 변화도 예고됐다. 수비라인이 포(4)백에서 스리(3)백으로 전환된다. 다만 패기와 열정을 앞세웠던 기조는 유지된다. 윤일록-고명진-고요한 등 젊은 피들은 최 감독을 든든하게 한다. 서울은 센트럴코스트를 안방에서 2-0으로 제압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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