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진영(50)이 요즘 밀고(?) 있는 말이다. 영화 제작보고회뿐 아니라 취재진 앞에서도, 인터뷰에서도 ‘귀여움’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감독 김광식)을 본 관객이라면 그의 ‘귀여움’에 공감할 것이다.
정진영은 일명 ‘찌라시(증권가 사설정보지)’ 제작업자인 ‘박 사장’ 역을 맡았다. 그의 대사와 동작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에 편한 웃음을 준다.
“그동안 딱딱한 캐릭터를 정말 많이 맡았어요.(웃음) 박 사장은 달랐죠. 잘 드러내지 않았던 저의 부드러운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감독 역시 ‘형님의 귀여운 구석을 보여 달라’고 했고요. 오랜만에 망가지는 연기를 하니 재밌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그의 연기가 가볍기만 한 건 아니다. 박 사장은 전직 기자 출신으로 한 사건을 파헤치려다 다리를 크게 다친 아픔이 있는 인물. 내면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다. 정진영은 “너무 가벼워서도 안 됐다”며 “진지함과 웃음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숙제였다”고 말했다.
찌라시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박 사장과는 달리 정진영은 영화를 찍기 전까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촬영을 위해 읽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는 “(찌라시를) 준 사람이 없었고, 굳이 볼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배우로 살면서 스캔들에 무관심했던 것 같아요. 뒷담화를 좋아하지도 않고요. 겪어 보니 세 번 이상 만나봐야 그 사람을 알겠더라고요. 소문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에요.”
“제가 당사자라도 괴로울 것 같아요. 찌라시에 나왔다고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고…. 숨어 지낼 수 없는 직업이기에 더 자주 노출되지 않나 싶어요. 힘을 냈으면 좋겠고, 직업인 만큼 그런 것들을 감내하는 자세도 길렀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찌라시에 반응하지 않고 독서를 즐기는 생활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정진영은 “특별한 취미 활동은 없지만 도서관에 자주 간다”며 “독서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걸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능하면 책을 가까이 하려고 해요. 사람들의 풍부한 삶을 볼 수 있는 평전과 전기를 자주 읽어요. 배우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이렇게 보니 저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군요. 하하!”
올해 쉰 살이 된 그는 여전히 왕성한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다. 4월에는 SBS 드라마 ‘엔젤아이즈’로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영화 ‘국제시장’도 연말에 개봉한다.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편해요. 대사를 외우고 연기에 집중하는 그 공간이 좋거든요. 현장은 나이를 먹은 배우가 가장 순수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배우로 살 수 있어 감사해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