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룸메이트·쉐어하우스로 본 표절논란

입력 2014-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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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 ‘테라스하우스’ 한 장면. 사진출처|‘테라스하우스’ 홈페이지

‘유사성’으로 포장된 예능판 표절
심각성 못 느끼는 제작진 더 문제


최근 일부 가요와 드라마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의혹을 받는 쪽에서는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결백함’을 주장한다. 하지만 유독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유사’와 ‘유행’으로 포장되곤 한다. 개그맨 김구라가 “‘장르, 소재의 유사성’이라는 말이 마치 만능 방패처럼 쓰인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사들은 특정 포맷이 인기를 끌면 곧바로 그와 닮은 형식의 프로그램을 양산해왔다. 2009년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 이후 등장한 MBC ‘위대한 탄생’과 SBS ‘K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MBC ‘일밤-아빠! 어디가?로 ’육아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는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가 나타났고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 이후 KBS가 2TV ‘엄마가 있는 풍경-마마도’를 기획한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소재만 비슷할 뿐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차별점이 있으니 방송을 통해 확인해 달라’고 말할 뿐이다. 결국 방송이 시작되면 유사성에 대한 지적은 사라지고 출연자의 캐릭터나 호감도에만 관심이 쏟아진다. 그러니 유사성 혹은 표절 논란 역시 새 프로그램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 관계자마저 “표절이라 해도 출연진이 다르면 다른 색깔의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다. 단지 아이디어만 가지고 표절 여부를 따지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시청률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프로그램 제작진이 이미 검증된 포맷을 재가공하는 ‘얌체짓’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표절은 이미 관행이 된 셈이다.

4월 똑같은 포맷의 두 예능프로그램이 나란히 방송을 앞두고 있다.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와 케이블채널 올리브TV ‘쉐어하우스’. 두 프로그램은 일본 후지TV의 ‘테라스하우스’와 소재 및 포맷이 같다.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두 프로그램이 다시 한 번 ‘유사성’을 ‘만능 방패’로 사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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