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적의 플레이를 외워라”

입력 2014-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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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개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6강을 넘어 8강까지도 노리고 있다. 남은 100일 동안 철저히 계획을 세워 선수단을 운용해야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6일 오전 2시(한국시간) 벌어지는 그리스와 평가전을 앞두고 3일 아테네 파니오니오스 스타디움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 선수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브라질월드컵 개막 D-100…남아공월드컵 코칭스태프가 홍명보호에 전하는 조언

날씨·온도 변수…동선·숙소·분위기도 점검
해외파·국내파 신체리듬+부상관리 철저히
기술위, 지속적인 상대국가 전력 체크 필수

4년 전인 2010년, 한국축구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사상 첫 원정 16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4년이 흘렀다. 또 다시 월드컵 무대가 열린다. 100일 후면 2014브라질월드컵(6월13∼7월14일)이 개막한다. 홍명보(45)감독의 한국대표팀도 가슴 벅찬 꿈을 꾸고 있다. 예선통과는 물론이고 사상 첫 원정 8강도 꿈꾼다. 한국은 러시아(6월18일 오전 7시·쿠이아바), 알제리(6월23일 오전 4시·포르투알레그리), 벨기에(6월27일 오전 5시·상파울루)와 조별리그(H조)를 갖는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5월12일 월드컵 30인 예비엔트리가 발표될 때까지 대표팀 소집 일정은 없지만 코칭스태프에게는 하루하루가 금쪽같다. 영국의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역설했다. 스포츠동아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봤다. 브라질월드컵 개막 D-100을 앞둔 가운데 남아공월드컵 당시 허정무 감독(축구협회 부회장), 정해성 수석코치(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박태하 코치(스포츠동아해설위원)와 함께 홍명보호의 과제들을 살펴봤다. 이들은 “앞으로 환경 점검, 선수단 관리, 상대국 분석 등 크게 3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환경 점검

허정무 부회장은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운을 뗐다. 그는 “100일은 큰 틀일 뿐 훨씬 이전부터 준비해야한다. 홍 감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허정무호와 홍명보호는 공통점이 있다. 지구 남반구 월드컵에 출전한다는 점이다. 남아공과 브라질의 6월은 초여름의 북반구와 달리 늦가을이다. 환경 적응이 필수다. 허 부회장은 2009년 6월 남아공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직접 찾아 상황을 점검했다. 반면 작년 6월 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그럴 수 없었다. 올해 1월 태극전사들을 데리고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차려질 브라질 포스 도 이구아수를 다녀왔으나 6월과는 차이가 있다. 허 부회장은 “우린 수시로 현지와 접촉을 하며 날씨를 체크했다”면서 “브라질은 워낙 넓어 지역마다 차이가 클 수 있다. (홍명보호도) 날씨와 기온, 겨울 훈련 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선을 확인한 건 상당한 소득이다. 홍 감독은 1월 훈련 당시 “우리 스태프가 훈련장과 호텔 등 시설을 점검하고 이동루트를 사전 경험할 수 있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남아공 대회를 준비할 때는 오스트리아 휴양지 노이슈티프트를 최종 전지훈련지로 삼았다. 남아공과 시차가 비슷했고, 고지대였다. 홍명보호도 미국 동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찾는다. 브라질 대회 예선 첫 경기(6월18일 러시아전)가 열릴 쿠이아바는 아마존 남부의 고온다습한 기후다. 해안가에 위치한 마이애미도 덥고 습하다. 이상적인 조건이다. 홍명보호는 마이애미에서 최대한 머물다 러시아전을 엿새 앞둔 6월11일 이구아수로 이동한다.

정해성 위원장은 “홍 감독은 1월 전훈을 통해 베이스캠프와 음식, 기후, 주변 제반여건 등을 사전 체크했다. 이젠 경기 후 바로 이동하는 게 유리할지, 하루 숙박 후 이동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출전국들에 전용 항공편을 제공하므로 이동 중 피로를 느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홍명보호는 고지대 변수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박태하 위원은 “남아공 대회를 준비하며 파주NFC에서 산소마스크를 모든 선수들에게 1일 1회 착용시키는 등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고 회상했다.

숙소와 훈련장 분위기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이슈티프트는 스페인이 2008유럽선수권을 준비했던 지역이다. 당시 대표팀이 여장을 푼 호텔과 훈련장도 스페인이 다녀간 곳이다. 박 위원은 “유럽선수권을 평정했던 스페인의 좋은 기운을 받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몇몇 지역을 두고 고민하다 이 이야기를 듣고 노이슈티프트를 낙점했다”고 했다. 한국의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는 브라질대표팀이 1999코파아메리카컵과 2002한일월드컵 등 국제 대회를 앞두고 캠프를 차린 뒤 우승했던 곳이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정해성 축구협회 심판위원장-박태하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왼쪽부터 순서대로). 스포츠동아DB



● 선수단 관리 & 상대국 분석

선수단을 관리하는 것과 상대국 동향을 점검하는 것도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허 부회장은 ‘예비 엔트리 점검’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예비 엔트리 범주의 30명을 일찌감치 정한 뒤 꼼꼼하게 몸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대표팀 소집이 없는 3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두달 동안 선수단 관리가 핵심 과제다”고 했다. 허정무호는 4월 중순부터 개별 관리에 돌입했다. 최종 엔트리 제출 이전까지 선수들의 부상에 특히 신경을 썼다. 정 위원장은 “최종 엔트리 발탁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과 유선 접촉(전화)을 지속하며 개별 관리를 했다. 소속팀 게임을 못 뛰면 왜 그런지, 팀과 해당 선수가 어떤 상황인지 체크했고, 필요하면 현지를 찾아 밥이라도 함께 먹으며 관리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 역시 “예비 엔트리를 중심으로 꾸준히 선수 컨디션과 부상 확인을 했다. 지속적인 접촉으로 당사자들의 의지와 마음가짐도 점검했다”고 전했다.

5월 중순 대표팀이 소집되면 더욱 세밀한 관리가 이뤄진다. 이 무렵 유럽과 아시아에서 뛰는 선수들은 정반대의 처지다. 유럽 리거들은 한 시즌을 마친 직후라 생체리듬이 하향곡선이다. 반면 아시아권 선수들은 한창 시즌 중이라 몸 상태가 절정이다. 물론 작은 부상까지 관리한다. 박 위원은 “시즌을 끝낸 유럽리거들은 회복에 초점을 두는 한편 기존의 컨디션을 시즌 종료 후 1개월까지 늘리는데 주력했다. 국내 선수들은 실전 감각을 그대로 유지시키는데 포커스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상대국 분석도 빼놓을 수 없는 업무다. 대개는 영상을 구했고, 주기별로 업데이트 했으나 때론 코치들이 유럽 출장을 갔을 때 상대국 선수들을 체크하며 동향을 점검하기도 했다. 굳이 상대국 A매치가 아니더라도 간접 분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허 부회장은 “경기당일에는 상대의 세밀한 움직임, 플레이 패턴과 특성 등을 외울 정도가 돼야 한다. 스페인처럼 우승권 강호들은 조별리그에 주력하지 않지만 러시아, 벨기에 등 우승권과 다소 먼국가들은 우리처럼 첫 경기에 올인한다. 똑부러지는 D-100 업무는 없다. 전체를 계속 돌려보고 확인하는 작업의 연속이다. 축구협회기술위원회 분석과 철두철미한 자료 수집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도 “남아공 대회 첫 상대였던 그리스전을 준비할 때 그리스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은 우리 선수들을 통해 살피기도 했다. 여기에 상대국에 따른 전담 분석 요원도 필요하다. 기술위원들의 역할은 큰 힘”이라며 홍명보호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회의 유기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남아공 코칭스태프의 코멘트는 8강을 노리는 홍명보호가 새겨들어야할 금쪽같은 조언들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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