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콤비 ‘13마신차’ 완벽승

입력 2014-03-0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임기원 선수가 기승한 경주마 ‘영산Ⅱ’가 2월 23일 열린 데뷔전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늦깎이 기수와 늦깎이 데뷔마의 첫 호흡은 13마신 차의 압승으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임기원 & 영산Ⅱ ‘감동의 데뷔전’

서른 넘어 기수 도전한 늦깎이 기수
다리 부상으로 국내 복귀한 영산Ⅱ
완벽한 호흡 발휘하며 감동의 질주


# 한때 한국 경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말이었다. 2세 때인 2012년에는 해외수출 프로젝트 대상마로 뽑혀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그 곳에서 두 차례 출전해 준우승 1회를 기록했다. 혈통적 기대치도 높아 아시아 경마 빅리그로 스카우트 될 거라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2013년 12월 조용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내에서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아 나섰지만, 어떤 마주도 선택하지 않았다. 뒷다리에서 부러진 뼛조각(골편)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550kg의 당당한 체구, 몸값 100억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고의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라는 사실도 소용없었다. 결국 개별 거래를 통해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 그는 10대 후반에 경마 기수 후보생이 됐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경마교육원을 자퇴하고 10여 년간 마필관리사로 일해야 했다. 긴 시간 동안 기수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마침내 서른을 넘긴 나이에 다시 수습기수 면허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수습기수가 됐지만 출전 기회를 잡기까지 또 3년이 걸렸다.


● 늦깎이 기수와 늦깎이 데뷔마의 완벽승

2월 23일 서울경마공원 2경주는 늦깎이 수습 기수와 4세 늦은 나이에 데뷔전을 치르는 경주마의 호흡으로 경기 전부터 화제가 됐다. 기수는 임기원(33)이었고, 그가 기승한 신예마는 ‘영산II’였다. 말레이시아에 수출됐다가 되돌아온 그 경주마였다.

‘영산II’는 다소 불리한 9번 게이트를 배정받았지만 총성과 함께 출발대를 뛰쳐나온 직후 과감히 선두싸움에 뛰어들었다. 초반 혼전양상을 보이던 선두권은 ‘영산II’의 폭발적인 순발력으로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출발 후 200미터 지점에서 선두로 나선 후 단 한순간도 다른 마필의 위협을 받지 않고 경주를 이끌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후속마들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고, 결국 2위와의 도착차이를 무려 13마신(약 31m)으로 벌리면서 데뷔전에서 우승했다. 늦깎이 기수와 늦깎이 데뷔마의 완벽한 첫 호흡이었다.

임기원 선수와 ‘영산II’가 소속된 17조의 김점오 감독은 “오랜 꿈을 포기하지 않은 임 기수의 열정을 높이 평가한다.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그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영산II’에 대해선 “데뷔전에선 완승을 거뒀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뒷다리 골편을 꾸준한 관리해 좋은 경주마로 키워보겠다”고 전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뉴스스탠드